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 통해 전망

중국 저가공세에 관세폭탄 위기 추가

자동차·철강 수출도 부진한 흐름 우려

국내 주력 수출 품목 반도체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부과하는 관세가 25% 이상이라고 예고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한층 깊은 시련에 빠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 경고가 나왔다. 이 같은 영향에 지난해 반도체 중심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무역수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20일 ‘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업황을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반도체는 중국의 범용 저가 반도체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0% 늘었으나 증가세가 전분기(41.4%)보다 축소됐다. 여기에 D램(DDR5 16Gb)의 고정거래 가격은 작년 6월 말 4.65달러를 기록한 후 계속 떨어져 올해 1월 말엔 3.75달러까지 내려갔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절반가량으로 하락했다.

한은은 “D램의 경우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영향이 고성능 D램까지 파급되면서 모든 사양에 걸쳐 가격 하락세가 확대됐다”며 “낸드플래시도 소비자용 제품을 중심으로 고정거래 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확대됐고 최근 들어 기업용 제품의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이어 미국의 관세 폭탄까지 반도체 수출을 덮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는 예정대로 시행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흑자 상위국 대상 관세 부과 등 강도 높은 통상정책을 예고하고 있단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한은은 향후 전망에서도 올해 1분기 중 반도체 수출은 고성능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범용 반도체 수요 부진 등의 요인에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는 견조한 AI 투자 수요로 고성능 반도체의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지겠으나,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성장 흐름은 약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자동차 산업의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유럽·중동 지역에서의 판매 증가로 그나마 0.6% 늘며 선방했지만 6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의 수출 둔화 흐름이 뚜렷해 올해 1분기에는 감소 전환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앞서 작년 4분기에도 북미 지역의 경우 부품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6.4%, 수출액이 13.4% 줄어든 바 있다.

실제 한은의 올해 1분기 자동차 수출 전망을 지역별로 보면 북미는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와 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 등에 대응해 완성차업체가 현지생산을 늘리면서 수출 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기차 도입 속도 조절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더라도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 ‘관세 폭탄’까지 현실화하면 자동차 수출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해 4월 2일 25% 수준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고 상호 관세가 추가로 발효될 여지도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분야에 관세가 25% 오를 때 연간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342억달러) 대비 63억5778만달러(약 9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도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4분기 철강 제품 출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고, 이에 재고는 10.5% 늘었다. 중국 등 후발국으로부터의 저가 철강재 수입이 늘어난 데다가 수요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에 따른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점은 추가 하방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홍태화·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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