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 “빚 갚는 데 허덕”, “길거리 나앉을 판”
요금 ‘찔끔’ 오른 동안 기름값·인건비 급증
코로나 後 승객수 회복 안돼 만년 적자 신세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마을버스 운수회사 대표 A씨는 올해까지 진 빚만 총 7억원에 달한다. 회사 소속 운전기사들에게 월급 줄 돈이 없어서다.
법인과 개인으로 각각 3억5000만원씩 대출을 받은 A씨는 “법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한계에 다다라서 개인 신용으로도 대출을 받았다. 기사님들 밥값은 드려야할 것 아니냐”면서 “이젠 더 이상 늘릴 빚도 없어 큰일”이라고 탄식했다.
A씨의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꺾여 5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마을버스 요금이 300원 인상된 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2년 전보다 25~30% 수익이 떨어졌다.
A씨는 “회복은 둘째 치고 계속 마이너스가 되는 형편”이라면서 “우리 같은 적자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다들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사는, 빚 갚는 데 허덕허덕하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적자 늪 빠졌다”…서울시 재정지원 받는 마을버스 업체 100여곳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마을버스에 운영난까지 맞물렸다. 해마다 인건비와 기름값 등 유지비는 오르는데 코로나19 이후 마을버스를 찾는 승객 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을버스 요금은 최근 10년 동안 단 한차례 올랐다.
업체 관계자들은 마을버스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이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나 고지대 마을, 좁은 골목 등을 다니고 교통 약자들을 실어 나르는 만큼 요금 인상과 지원금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16일 서울시의 재정지원기준액 현실화 등을 촉구하는 서한을 의결했다. 서울시가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파업(운행중단)이나 준법운행 같은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정지원을 받는 마을버스 적자업체는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크게 늘었다. 2015년 32곳→2019년 59곳으로 조금씩 증가하더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100곳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2022년은 118곳을 찍고 이후엔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시의 재정지원금액도 커졌다. 2019년 192억1300만원이던 적자업체 지원액은 바로 그 다음해 350억원대로 불어나 2022년에는 4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원금액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368.53% 늘었다.

“집도 저당 잡혔다”…운영난에 곡소리 내는 마을버스 대표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마을버스 운수업체 관계자들은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라면서 운영난을 호소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유류비도 유류비지만 버스 운전은 노동 집약적인 일이라 인건비가 조금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면서 “(마을버스를) 굴리면 굴릴수록 적자인데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행해야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집이고 뭐고 다 저당 잡혀있는 상태”라면서 “빚 때문에 (회사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대출받은 거 다 갚으면 난 진짜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용객 5년 동안 30% 줄었다…마을버스 ‘미래도 어둡다’

문제는 마을버스 승객 수가 좀처럼 늘지 않아 운영난이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서울 마을버스 이용객은 최근 5년 내내 3억만여 명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마을버스 승객 수는 4억2701만명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억1162만명 ▷2021년 2억9684만명 ▷2022년 3억534만명 ▷2023년 2억9808만명 ▷2024년 3억697만명으로 5년 사이 약 30% 감소했다.
공공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이동수단(PM)이 발달한 것도 마을버스 운영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2021년 대한교통학회가 작성한 ‘서울시 마을버스 매출액 및 흑자업체의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에서는 앞으로 마을버스 승객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PM을 들었다. 연구 보고서는 “공공자전거와 킥보드 등 경쟁 교통수단의 등장이 마을버스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마을버스의 경영난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먹고 살긴 해야할 것 아니냐”…요금 인상·지원액 확대 등 대책 요구

마을버스 기사 어창열(23) 씨는 “마을버스는 환승 손실금이 너무 크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었을 때 ‘환승’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사실상 우리는 사람만 태우는 격이다. 요금 인상이나 지원액이라도 올려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A씨도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서 이바지하겠다는 명예도 있지만 솔직히 다 먹고 살라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2023년에 300원 올랐다고 욕을 엄청 먹었는데 ‘8년만의 인상’임을 감안해야된다. 남는 건 여전히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운송업체들이 시의 지원금에만 의존하면서 말 그대로 ‘연명’하는 구조가 유지되면 해마다 업계 갈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지금은 시와 구에 ‘지원 좀 더 해달라’ 하면 민영업체 잣대를 들이밀고 ‘돈 없어 더 이상 못해먹겠다’ 하면 ‘대중교통인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핀잔을 받는다”면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시내버스처럼 탄탄하게 적자분을 보전해줄 수 있는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을버스에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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