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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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교통사고 62%가 60대 이상

[헤럴드경제=박준규·이용경 기자] 거대도시 서울의 모세혈관과 같은 동네 도로를 누비는 마을버스의 경영 환경과 기사들의 근로 환경은 나빠지고 있고, 덩달아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9일 서울 동작구에서는 마을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뒷바퀴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 금천구에서 좌회전하던 마을버스가 초등학생이 타고 있던 자전거를 들이받아 아이가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마을버스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하루에 한 건꼴로 발생한다. 헤럴드경제가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마을버스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20년 332건 ▷2021년 314건 ▷2022년 346건 ▷2023년 305건. 지난해는 359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나 지하철로 닿지 않는 동네를 연결한다. 주행 환경이 열악한 구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차도와 인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도 누비는 만큼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는 기사들이 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경찰청 자료 재가공
경찰청 자료 재가공

익명을 요청한 현직 마을버스 기사는 “보행자들와 뒤섞인 좁고 복잡한 도로를 순환하는 구간이 많다보니 사각지대를 때때로 놓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내버스와 비교해 낮은 임금 등 고질적인 처우 문제로 30~40대 기사가 적다. 버스를 굴리려면 기사가 필요하니 나이 제한 없이 채용을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60세 넘는 기사는 1889명(63.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내버스에서 정년퇴직한 베테랑 기사들이 마을버스 기사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윤석찬 기사(76)는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서 조금 해볼만 하면 시내버스로 옮겨서 기사가 부족하다. 마을버스가 (기사) 견습장 됐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령 운전자들이 주축으로 운영되다보니 사고 비중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마을버스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은 442명이다. 이 가운데 62.4%가 61세 이상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에서 발생했다. 2020년만 해도 60대 이상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행인이나 승객이 다친 사례는 39% 수준이었다.

이병욱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젊은 기사들은 마을버스 1년만 경력 쌓고 90%는 시내버스로 가버린다. 마을버스가 견습장이 되는 것”이라며 “문제는 승객 꽉 싣고 좁은 도로를 다니는데 견습기사에 맡기긴 사실 불안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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