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은 올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조정됐다. 17년 만에 이뤄진 점에서 값진 성과이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불만과 회의감은 여전하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수지 불균형은 여전하고, 기성세대보다 후세대의 부담은 더 크다는 불공정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더 늦게 받으며, 그마저도 급여 수준은 낮아지는 구조 속에서 ‘나는 과연 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넘어, 세대 간 형평성과 불공정성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국민연금의 수지 불균형은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중첩되면서, 마치 복잡한 방정식에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금 제도 자체뿐만 아니라,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성장률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본격 시행된 지난 1988년 주된 가입자였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현재 약 700만명에 달한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약 950만명에 이르며, 향후 10년 이내 본격적인 은퇴 시기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 두 세대를 합하면 총 1650만명으로, 인구 구조상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세대는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 중 34%가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준비된 자산의 64%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가 2차 베이비붐 세대에도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후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와 대응되는 2030세대, 즉 현재의 MZ세대는 약 1250만명에 달한다. 향후 이들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를 간접적으로 부양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자녀 세대도 책임져야 하는 ‘이중 부담’ 구조에 직면하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소득 부족을 연금 재정이 아니더라도 일반 재정으로 메우게 될 경우, 세대 간 부담 전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로 남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연금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년 연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아직 은퇴 이전 단계에 있는 2차 베이비붐 세대에게 노동시장 참여를 연장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본인의 노후 준비를 보다 충실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 우려는 산업구조 조정, 직무 재설계, 세대 간 역할 조정을 통해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고령 세대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후세대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세대 간 갈등은 완화되고 연대는 강화될 수 있다.
노후 소득 보장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나 국가만의 몫이 아니다. 연금과 노동, 복지와 세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정한 세대 간 분담,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 그리고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한 실질적 논의와 실천이 절실하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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