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한층 커졌다. 이란 의회가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 놓게 됐다.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23일 오전(한국시간)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8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3% 이상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가 오가는 주요 수송로다. 특히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인데, 이중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 경제의 원유 수출 의존도가 큰데다 역사적으로 몇 차례의 통항 위기가 실제 전면 봉쇄로 이어진 적은 없어 속단은 금물이지만, 우리로선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철저 대비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이제 간신히 불안정성을 해소한 우리 경제로선 대형 악재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도 취임 불과 2~3주 새 맞딱뜨린 외교·안보·통상의 결정적 현안이 됐다. 당장 이 대통령은 참석을 검토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네덜란드 헤이그·24~25일)의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그 이유로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22일 중동 사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는 향후 이란의 대응 양상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각 기관이 중동 사태 동향과 금융·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했다.
우리 경제엔 유가와 환율,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수출과 생산, 내수 등 실물경제는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오랜만에 상승장 속에 ‘코스피 3000’을 찍었던 주식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개입으로 인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확대·장기화 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는 것이 우리 경제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3일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필요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이날 증시상황 긴급점검회의를 열었고 주요 민간 기업들도 비상대응 체제 가동을 시작했다.
미 정부는 중동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주한미군 역할 변경 등의 압박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 ‘경제 리스크’까지 우리 정부의 대응에 어느 하나라도 허점과 실기가 있어선 안된다. 여야와 민관의 공조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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