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부터 PEF까지…GA에 자본이 몰리는 배경

금융업 투자 난이도 차이 ‘극명’…속도감 있는 밸류업 가능해 ‘주목’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아…투자사들 연속 ‘베팅’

당국 규제 울타리 촘촘해져…옥석가리기 본격화 시험대

[챗GPT를 이용해 제작]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이 자본시장에서 다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펀드 운용사들이 잇따라 GA 지분 인수를 타진하면서다.

특히 최근에는 중대형 GA 지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거래 테이블에는 행동주의 펀드부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까지 다양한 성격의 운용사들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GA는 왜 지금 투자사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을까.

행동주의부터 PEF까지… GA로 쏠리는 자본

GA 시장은 내년부터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한다. 금융당국이 네ㅐ년부터 단계적으로 판매수수료 개펀에 돌입하는 등 판매수수료·시책비 체계를 제도권 규율 아래 편입시키면서 그동안 자율에 맡겨졌던 비용 구조가 규제환경 속으로 들어온다.

과거처럼 “규모만 키우면 매출이 오른다”는 단순 논리가 더는 통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게 오히려 구조조정과 재편을 주도할 운용사에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격변기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은 최근 에이플러스에셋 공개매수 절차에 착수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에이플러스에셋 보통주를 최대 450만1192주(19.91%)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이플러스에셋 2대주주가 된다. 운용사는 기존 주주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4.78%)보다도 많은 지분(24.9%)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이플러스에셋은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GA업계 내 선도적인 기업”이라며 “에이플러스에셋의 장기적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상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에이플러스에셋, 굿리치 CI [출처=각사]
에이플러스에셋, 굿리치 CI [출처=각사]

GA 시장 진입을 노리는 건 얼라인파트너스뿐만이 아니다. 최대주주 JC파트너스에 의해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이 논의 중인 굿리치(옛 리치앤코)의 경우, 데일리파트너스가 공동 운용사(co-GP)로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굿리치도 대표적인 GA 중 하나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란 기존 펀드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경영권 지속을 위해 조성하는 신규 펀드를 뜻한다.

JC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총 2850억원을 투자해 굿리치의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새롭게 조성될 펀드는 90%에 가까운 굿리치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

앞서 MG손해보험에도 투자한 바 있는 JC파트너스는 굿리치를 통해 운용사 재평가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기존 계약이 예별손해보험으로 이전되면서 미완으로 끝난 MG손보 투자 사례와는 달리, 굿리치 투자 성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둘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한편 일각에서는 매각 경로가 제한된 GA 특성상 기존 투자 구조를 연장하는 방식이 활용됐다는 해석도 동시에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며 “GA가 매력적인 투자 섹터이나 동시에 회수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비용 효율화’가 만든 새로운 밸류업 무대

이처럼 최근 경영권 변동이 이뤄지고 있거나 주주 변화 가능성이 높은 GA 거래에는 모두 펀드 운용사가 원매자로 나섰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행동주의 등 운용사 면면 또한 다양하다.

그렇다면 투자사들은 왜 지금 GA를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담으려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GA의 비용구조를 개선할 경우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장 관계자는 “GA는 보험판매에 활용되는 비용을 어떻게 효율화하느냐에 따라 재무성과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는 구조”라며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 대형 GA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비용구조가 잘 짜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A의 매출은 보험상품 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수료와 시책비에서 발생한다. 고객이 내는 원수보험료를 매출로 보는 원수보험사와는 달리, 실제 보험사에서 받는 각종 수수료가 GA의 매출인 셈이다.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넘긴 GA는 홈쇼핑 계열인 GS리테일과 CJ ENM, 현대홈쇼핑 등을 제외하고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2조 1095억원), GA코리아(1조 2292억원), 인카금융서비스(8322억원), 글로벌금융판매(7806억원), 굿리치(5489억원), KGA에셋(5355억원) 등 총 6곳이었다.

매출에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과 사무실 임차 및 조직운영비 등 사업비를 제외하면 실제 이익 체력이 드러난다. 이는 판매조직인 GA의 특성을 반영한 명확한 수익구조다.

규모를 형성한 GA 중에서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곳은 손에 꼽는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554억원을 기록했다. 독립계인 인카금융서비스(863억원)와 GA코리아(469억원), 굿리치(358억원) 등이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보험GA협회)가 지난 10월 14일 업계 현안 관련 입장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모습 [출처=보험GA협회]
한국보험대리점협회(보험GA협회)가 지난 10월 14일 업계 현안 관련 입장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모습 [출처=보험GA협회]

밸류업 난이도 차이 ‘극명’… 운용사가 GA에 눈 돌리게 만들어

표면적으로는 “GA의 비용구조를 손보면 빠른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공통 논리가 깔려 있지만, 자본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행동주의는 배당·책임경영 등을 통한 기업 정상화를, 경영참여형 PEF는 조직 효율화와 이익 개선 또는 3~4년 내 상장 이벤트를 각각 겨냥한다. GA 자체가 이미 각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다층적으로 변화 가능한 무대가 된 셈이다.

동시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대비 투자 난이도가 월등히 낮아진 점 또한 GA의 매력도를 높인다. 중소 규모의 PEF가 보험사 대신 GA로 눈을 돌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원수보험료를 받는 보험사는 지난 2023년 IFRS17 도입으로 이익 인식 체계가 바뀌었다. 기존의 ‘매출-비용’ 구조에서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으로 변화했다.

이는 원수보험사의 투자 난이도 상승으로 귀결됐다. 판매 즉시 이익보다 비용이 크게 인식되는 ‘장기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 등 벨류업에 난도가 높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원수보험사 가치 제고는 GA의 비용 효율화 작업에 비해 훨씬 고차원의 전략과 전문인력 수급 등이 요구되는 셈”이라며 “포트폴리오 개선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고 짚었다.

GA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는 것도 투자 매력 요인이다. GA의 주요 멀티플은 시장에서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고, 상장사·비상장사 간 비교에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기업공개(IPO) 등 투자회수 선택지가 다양한 점도 자본의 관심을 자극한다.

PEF 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판매조직인 GA를 보유하는 것은 별도의 적격성심사 등이 필요하지 않고 규제이슈 등이 보험회사에 비해선 적은 편“이라며 ”인카금융처럼 상장을 노리는 GA들이 다수 있는 만큼 PEF의 투자 방식도 상장전지분투자(pre-IPO)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굿리치 서비스 소개 화면 [출처=굿리치 홈페이지]
굿리치 서비스 소개 화면 [출처=굿리치 홈페이지]

규제·인력이탈 이슈 병존…새 주인 찾기는 ‘과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GA 판매수수료 개편’은 업계를 뒤흔들만한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하반기부터 수수료 개편안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핵심은 GA 설계사도 기존의 전속설계사와 똑같이 1차년도 수수료 지급한도를 1200%로 제한받는 것이다. 수수료 분급 기간 역시 단계적으로 7년으로 확대되어, GA 설계사들이 체감하는 수익이 줄어들 여지가 크다.

앞서 대형 GA는 원수보험사의 경력 전속설계사를 영입해 영업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직 확장을 꾀했으나, GA 설계사의 수익구조가 전속설계사와 유사해지면서 이러한 조직 확장이 더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는다.

PEF가 투자해 가치를 높인 GA를 사들일만한 원매자군이 대형 보험사나 확장을 원하는 타 GA로 한정된다는 점 역시 고민할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재무성과를 개선하기 쉬운 것과는 별개로 규제대응과 인력이탈 등 외생변수 관리가 투자성과를 가르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투자회수를 미리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매각이나 IPO 이외에 다른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GA는 ‘쉬운 투자처’가 아니라 ‘제대로 손대야만 성공하는 투자대상’에 가깝다. 자본이 GA를 찾는 것은 투자회수 위험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세밀한 투자전략이 뒷받침한 덕택인 셈이다. “GA 투자 열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