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이중 봉쇄’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3차 최고가격을 2차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하면서 정유사 손실이 더 확대되고, 이를 보전해야 하는 재정 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설령 중동 정세가 봉합되더라도 산유·수송 인프라 회복이 쉽지 않아 올해 내내 수급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기화할수록 석유 가격 통제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0일 0시를 기해 3차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 2차 고시 가격 그대로 동결했다. 최근 국제유가 흐름과 최고가격 기준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를 보면 인상 요인이 컸으나 정부는 민생 부담을 고려해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29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국제유가 원동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과도하게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멕시코의 1.5배, 호주의 2배에 달하고 제조업 강국인 일본보다도 50%가량 높다. 에너지 원단위 역시 0.1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097)을 크게 웃돈다.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경쟁국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산업 부문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26.4%를 차지해 OECD 평균(21.8%)을 웃돌고, 그중에서도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제조업 에너지 사용의 약 80%를 차지한다. 유가가 오르면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최고가격제로 가격을 억누르다 보니 가격 체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에너지가 부족해질수록 가격이 올라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하지만 그런 신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원 배분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민경제자문위에서도 “위기가 장기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지금부터는 (최고가격제를) 단계적으로 철회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복지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한 이유다.
결국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 줘야 한다.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정 압박이 커지고 보이지 않는 정유사 손실도 늘어나게 된다. 가격을 정상화하되 취약 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물류·운송 등 필수 분야는 별도로 지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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