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삼 남매에게 자전거가 생겼다. 7살 광석에게 자전거는 거의 모든 것이었다. 그 기쁨도 잠시, 삼 남매는 자전거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어린 삼 남매에게 자전거는 평온을 빼앗고, 다툼을 가져왔다. 더욱이, 그 자전거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둑맞은 자전거를 놓고, 삼 남매는 울며 며칠을 보냈다.
자전거는 좋은 것이다. 없던 자전거가 우리에게 주어졌을 때, 그걸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 반도체는 좋은 것이다. 다만, 반도체가 가져온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지에 문제가 있는 것.
2026년 1분기 명목 GDP 증가율(잠정치)이 17.1%를 기록했다. 과히 초호황이다. 실질 GDP 증가율도 3.8%를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로 해석할 만하다. 코스피 지수도 역사상 최고점인 9300선을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최대치를 매월 갱신하고 있다.
문제는 체감하는 국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GDP, 경상수지, 수출액, 생산지수, 코스피 등 총량적 경제지표는 분명 초호황을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 실적이 평균치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마치, 아인슈타인과 함께 시험을 본 반 평균 성적이 엄청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성적이 좋아졌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출이 대표적이다. 2026년 5월까지의 누적 수출 증가율은 43.5%로 기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인슈타인이 있다. 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154.6%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13.9%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흐름에 있다.
체감경기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2026년 1분기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2026년 1분기 9.6%에 달하고, 반도체를 뺀 나머지 제조업은 1.3%에 그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임직원은 한국의 총취업자 중 1%도 채 되지 않는다. 일부는 엄청난 성과급을 누리지만, 국민 대다수는 통장에서도 식탁에서도 호황을 체감할 수 없다.
반도체 실적이 착시를 주고 있다. 총량적 지표가 초호황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자전거는 좋은 선물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잘 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실적은 단비 같은 일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잘 쓸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착시를 주지 않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반도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총량 지표를 개발하고, 공표해야 한다. 지표는 나라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함인데, 지금의 총량 지표는 경제주체를 착각하게 만든다. 반도체 수출이 총수출의 37.1%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 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해서 53.1%에 달한다. 반도체를 포함한 지표와 제외한 지표를 공표함으로써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6년의 호황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거나, 매출량과 수출량이 늘어나 갖게 된 것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추격을 허용할 경우 이 호황은 지속되기 어렵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야 할 것이고, 반도체 이외의 주력산업을 키워내야 할 때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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