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간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적통’ 논쟁에 이어 ‘자기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당면 현안이자 국정운영 핵심 의제인 반도체산업과 청년세대, 국민통합 문제는 외면되거나 중심 쟁점에서 제쳐졌다. 민생과 유리된 퇴행적인 정치다. 누가 더 유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통인가를 가리자고 하는 것은 왕위 계승 적자 다툼과 다름없다. 정부의 국정 운영을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보족·협력·견제할 것인가보다 이재명 대통령에 누가 ‘얼마나’ 충성하는가를 겨루는 것은 군주 옆자리를 향한 ‘가신 경쟁’과 같다. 지지층만 보는 선동정치는 입법부를 이끄는 다수 여당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반쪽정치’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송 의원은 지난달말 정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져서 장례식도 참석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하는데 반대 선봉에 있었다”고 했다. 장례식 불참에 대해선 나중에 사실 오인이라며 사과했지만 이는 적통 논쟁에 불을 붙였다. 정 전 대표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후 ‘노무현 키즈’를 자처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광주 김대중정치학교 워크숍 특강에서 “나는 김대중 키즈”라고 했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서로를 향해 각각 ‘당대표로서 당정을 혼선에 빠뜨린 자기정치’, ‘총리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당 대표가 로망이라고 한 자기정치’라며 비난했다.
반도체·청년·통합 문제에는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언급이나 행보에 그쳤다. 김 전 총리가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4캠퍼스를 방문한데 이어 7일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지방주도성장’ 토론회를 주최했고, 정 전 대표는 8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낙마와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퇴 등 ‘통합인사’ 실패와, 청년·청소년의 극우화와 조롱·혐오 표현 일상화 등 세대·이념 갈등 문제에 대해선 특별한 진단과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안된다. 반도체산업은 여당이 정부 계획을 “지원한다”는 정도로 그쳐서는 절대 안된다.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국가간 패권경쟁, 첨단기술 발전 과실의 노사·업종·지역·세대 간 배분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경쟁다운 경쟁을 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와 청년층의 정치 참여 제도화를 이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청소년의 헌법적 가치 및 역사·민주주의 의식 함양을 위한 기성 세대의 책임과 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대책을 놓고 겨뤄야 한다. 지지층을 겨냥한 선동정치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을 위한 협치의 의지와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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