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귀한 ‘저출생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너무나 귀하다 보니 우리 어른들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적은 아이들을 어떻게 제대로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명한 대답을 찾아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림책을 보여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틈도 없이 그저 교육적이고 유익해 보이는 책을 골라 무조건 많이 보여주면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편리한 생각도 하게 된다.
우리가 좋은 그림책이라고 하는 책들은 유용한 책, 학습을 돕는 책들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의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어른들은 그림책의 이런 다른 차원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책이 있겠지만 나는 내가 만든 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감상한 경험을 토대로 왜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한번 설명해 보려고 한다.
먼저 그림책은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익명의 학습서와 달리 AI와 달리 일상의 희로애락 속에서 사는 한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는 인격적 매체이다. 따라서 책 속에 정답이 없다.
내가 쓴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물어본다. 이 책이 ‘사람 이야기예요, 닭 이야기예요?’ 그러면 함께 온 부모들은 사람 이야기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닭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이 닭 이야기가 닭의 생태와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사람을 닮은 이 닭의 특별한 인격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이 이야기가 어느 날 모자를 쓰고 거울 앞에서 무게를 잡으시던 나의 장인어른, 우리 아이의 외할아버지 모습으로부터 나온 어르신의 일대기와 같은 이야기라고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접목해 질문을 던진다. 한 권의 그림책 덕분에 아이들은 대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마다 자신만의 닭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림책은 작가가 일상을 살다가 관찰과 지식을 통해 새롭게 얻게 되는 깨달음에 상상력을 더해 시각화하여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매체다. 나의 두 권의 토끼책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와 ‘토끼탈출’은 우리 아이가 어렸을 적에 키우던 빨빨이라는 토끼와 그 새끼 예삐의 이야기다.
나는 처음에 토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물들의 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토끼는 눈이 옆으로 달려 늘 270도의 광각을 살필 수 있다는 지식을 얻은 후 나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베란다에 옆으로 앉아 있는 빨빨이가 나를 관찰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토끼의 작은 고갯짓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토끼만 집에 혼자 두고 부모님 댁을 다녀온 어느 날 전날 분명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집을 나왔는데 여기저기서 토끼 똥을 발견하게 되었고 혼자서 무슨 짓을 벌였을까를 상상하며 그림으로 남기고자 하였다. 토끼와 아무런 교감도 하지 않던 나에게 이런 새로운 지식의 세계와 상상력이 생기자 이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세계의 문을 여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림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책이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열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작가들이 있고 이들이 정성껏, 기발하게, 예술로 순화시켜 만들어 놓은 다른 차원의 책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훌륭한 그림책들을 만나게 되면 자신들이 사는 세계 속에는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이 있고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세상에는 이상하거나 뻔한 답들도 있기에 자신만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을 알게 모르게 얻게 된다. 무엇보다 열린 생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자기편의 어른들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따라서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눌 어른들은 그림책을 고를 때 그 속에 ‘어린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어떤 심미안’이 담겼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예술적 코드를 발견해 내어 유아들과 자연스러운 언어와 놀이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빠르고 다양한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AI시대 일수록 오히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만의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그림책은 다른 차원의 경험에 가장 적합한 매체이며 그림책으로 만들어가는 어른과 아이의 따뜻한 상호작용은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성장 토대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시 아이와 그림책을 펼쳐 보아야 한다.
이호백 그림책 작가·재미마주 대표
brunch@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