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전자발찌 15년 명령

휴대전화 초기화·피해자 사칭 문자도 양형 반영

이달 반년 만에 시신 발견, 유족 뒤늦은 장례

23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23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이우중 수습기자] 지난 1월 동거하던 지인을 살해한 뒤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약 6개월 만인 이달 초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족은 최근에서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 오병희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성모(35)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성씨는 지난 1월 13일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함께 살며 배달대행 일을 하던 30대 피해자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렌터카에 실어 경기 양평군 남한강 두물머리 인근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의 시신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90차례 넘는 수색을 벌인 끝에 지난 1일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교각 인근에서 발견됐다. 당시에 훼손이 심해 유전정보 감식 등을 거쳐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성씨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헤드록을 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사망 시점도 검찰 공소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잔반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고인의 심기를 건드리자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지인들에게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했던 점 등을 보면 살해 동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미 이전 폭행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급소인 목을 조른 행위는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날 성씨는 검은색 반소매 차림에 흰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선고 내내 손을 뒤로 한 채 재판부를 바라봤으며 징역 27년이 선고된 뒤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뒷짐을 푼 채 법정을 걸어 나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초기화하고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 어머니에게 ‘해외에서 일하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영원히 은폐하려 했다”며 “사체를 유기하면서 유족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도피를 시도한 점 등을 종합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와 폭력 전과 등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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