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7개 매장 취급품목·영업면적 줄이기로
제한된 2000억 DIP 활용 위한 ‘선택과 집중’
재개 일정 미정…회생 최종시한까지 40여일
잔존사업부 매각 관건, 정책금융 투입 주장도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기업회생절차가 재개된 홈플러스가 ‘한국판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회생절차의 최종 시한까지 남은 시한은 단 40여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매출이 크고 회전이 빠른 생필품과 식품,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중심으로 전국 67개 매장의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취급 품목을 크게 줄여 제한된 자금 내에서 회생 불씨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영업면적을 약 1000평 규모로 줄이는 조치도 이뤄진다. 홈플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트레이더 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환경 하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및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몰은 즉시 영업이 가능한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나머지 점포는 배송사와 협의를 거쳐 온라인몰 영업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영업 재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 열흘 만인 지난 13일 온·오프라인 영업을 중단했다. 즉시 항고 시한(20일)을 앞두고 정치권 중재를 계기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이 연대보증을 결단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의 DIP 대출을 승인하면서 극적으로 회생절차가 재개됐다.
“현실적 타협안” 평가 불구…규모·시간 제약 난관
트레이더 조는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패서디나에서 시작한 마트 체인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트레이더 조는 판매 품목의 수를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이 중 80~90%는 PB로 채워 마진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 결과 경쟁사의 2~3배에 달하는 영업면적당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PB를 통해 트렌드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한다. 미국에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불자 냉동김밥을 내놨고, 한국식 비빔국수 상품도 선보였다. 단돈 3달러짜리 미니 토트백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판 트레이더 조’가 되겠다는 홈플러스의 전략과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같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타협안”이라면서도 “67개 매장만 보유한 홈플러스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트레이더 조와 같은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큰 난관으로는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이 꼽힌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재개하며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로 정했다. 현행법상 연장할 수 있는 기업회생절차의 최종 시한이다. 영업을 재개한 홈플러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납품업체 등 협력사를 설득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잔존사업부 매각이 핵심…“정책금융 공급” 주장까지
결국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선 대형마트 사업을 포함한 잔존사업부 매각이 필수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법원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서 잔존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홈플러스는 매장 영업 재개와 동시에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홈플러스 사태 중재에 나선 정치권도 홈플러스 매각 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매각 작업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홈플러스 파산 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현안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를 향해 “정말 운 좋게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이 나타났는데, 자금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협의해서 정책금융을 공급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정상화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저희도 갖고 있고 정상화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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