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코스피는 심리적 지지선인 6000선을 내줬고, 장 초반부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되는 등 시장은 하루 종일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특히 업종을 불문하고 사실상 전 업종이 폭락하는 장이 이어졌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우며 한때 5992.91까지 밀렸고, 이날 하락폭은 지난달 23일(-910.71포인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사실상 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반도체·반도체장비 업종이 13.91% 급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전자장비·기기(-14.92%), 전기장비(-11.96%), 에너지장비·서비스(-11.14%), 방송·엔터테인먼트(-9.82%), 통신장비(-9.21%) 등이 줄줄이 밀렸다. 담배(-0.49%), 다각화된 통신서비스(-0.96%), 부동산(-1.03%) 등 경기방어 성격의 업종도 하락을 피하지 못하며 시장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줄줄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급락했고, 삼성전기(-15.92%), SK스퀘어(-15.60%), 삼성전자우(-12.01%)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현대차(-9.68%), 삼성생명(-8.51%), LG에너지솔루션(-5.71%), KB금융(-4.29%)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0.26%)만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시장 급락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66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4일과 27일을 포함한 최근 3거래일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조1158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1조4908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냈지만 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반도체주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 중국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 등이 이미 취약해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와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까지 더해지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의 내러티브가 훼손된 상태에서 중국 DUV 노광장비 관련 뉴스까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며 “SK하이닉스와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최근 급락을 과매도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노광장비와 중동 리스크, 금리 인상 논의 등 시장을 누른 재료는 있었지만 새로운 악재는 많지 않았다”며 “코스피가 저점 반등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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