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제기 뒤에야 구청·경찰 협의 시작

내년 철거 앞두고 “일단 적법화” 검토

봉사단체 모범운전자회 이전도 아직 미정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중랑경찰서 중랑모범운전자회 건물 옥상 컨테이너. 이우중 수습기자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중랑경찰서 중랑모범운전자회 건물 옥상 컨테이너. 이우중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이우중 수습기자]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모범운전자회 중랑지회 건물. 망우지구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암갈색 벽돌 단층 건물은 30년 넘게 지역 교통봉사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건물 옥상에는 신고 없이 설치된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었고 최근 이를 둘러싼 민원이 제기되면서 뒤늦게 불법 여부가 확인됐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위반 건축물이 경찰 건물이라는 이유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돼 시설 담당 부서가 현장 점검과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컨테이너형 시설은 건축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가설건축물이다. 토지대장을 보면 해당 부지는 826.1㎡ 규모의 국유지로 관리청과 소유자는 모두 경찰청이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신고 없이 설치된 가설건축물이 맞다”며 “적법한 절차 없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시설이 30년 넘게 사용되는 동안 구청과 경찰 모두 별다른 행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청은 최근 민원이 접수되기 전까지 해당 시설의 존재와 미신고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언론 취재와 민원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그전까지는 인허가 부서와 협의한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망우지구대와 바로 옆 중랑모범운전자회의 모습. 중랑모범운전자회 건물은 망우지구대 건물에 포함된다. 이우중 수습기자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망우지구대와 바로 옆 중랑모범운전자회의 모습. 중랑모범운전자회 건물은 망우지구대 건물에 포함된다. 이우중 수습기자

공공기관 건축물은 건축법 제29조(공용건축물 특례)에 따라 허가권자와 협의하면 허가나 신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청은 이를 근거로 경찰과 사후 적법화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계획과는 달리 현재까지 적법화 협의가 실제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건축과와 협의한 사실은 없다”며 “철거나 신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협의하거나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30년 봉사공간, 내년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러는 사이 구청을 통한 시민들의 민원과 더불어 경찰 내부와 온라인에서도 “일반 시민이 설치했다면 곧바로 시정명령 대상이 됐을 시설이 경찰 부지에서는 수십 년간 유지된 것 아니냐”,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범운전자회는 불법 논란보다 앞으로 갈 곳이 사라질 상황을 더 걱정하고 있다. 현기태 경찰청 모범운전자회 중랑지회장은 “1991년 선배 회원들이 회비를 모아 옛 검문소 자리에 건물을 지었다고 들었다”며 “당시 관계자 대부분이 돌아가셔서 정확한 서류나 설치 경위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옥상 컨테이너도 사무실이 좁아 휴게공간과 창고로 쓰려고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법인 건 맞지만 당시에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회는 내년 망우지구대 신축과 함께 기존 공간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현 회장은 “경찰은 지구대를 새로 짓지만 우리를 어디로 옮길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다”며 “30년 넘게 회원들이 회비를 걷어 만든 공간인데 아무런 대안 없이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컨테이너도 철거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다른 장소를 구하더라도 사용할 최소한의 시설마저 사라진다”고 말했다.

경찰청 모범운전자회 중랑지회 건물 옥상의 컨테이너형 시설은 건축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가설건축물로 30년 넘게 운영됐다. 이우중 수습기자
경찰청 모범운전자회 중랑지회 건물 옥상의 컨테이너형 시설은 건축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가설건축물로 30년 넘게 운영됐다. 이우중 수습기자

모범운전자회는 비영리 봉사단체다. 회원들은 매달 회비를 걷어 전기료와 수도료 등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한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평일 오전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월 2시간 이상 교통 수신호 봉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별도의 사무공간 지원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현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생업을 미루고 봉사에 참여하는데 사무실 운영비도 모두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봉사를 위한 최소한의 거점 공간마저 사라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이전 추진”…구청 “협의는 아직”

이처럼 모범운전자회 사무실은 단순한 휴게공간이 아니라 회원들이 교통봉사를 준비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운영 거점이지만 지회별 사무공간은 지원 주체와 지역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31개 경찰서마다 모범운전자회 지회가 운영되지만 경찰 관련 건물을 사용하는 곳은 중랑·종로·혜화·송파 등 4곳뿐이다. 종로는 구기동 치안센터 2층을, 혜화와 송파는 옛 교통센터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모두 적법한 건축물이다. 대부분의 지회는 지자체 지원을 받아 일반 사무실을 임차하거나 별도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모범운전자회가 반드시 경찰 부지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마다 사무공간 형태가 다르고 지자체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중랑경찰서는 망우지구대 신축과 함께 모범운전자회의 이전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체 부지와 이전 계획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망우지구대는 신축 예산이 반영돼 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모범운전자회도 이전해야 하는 만큼 대체 용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컨테이너에 대해서는 “구청과 협의해 이전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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