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열처리 업체 등 대표 전기 多 사용 업체들 ‘9월 전기료’ 폭탄 우려
8월 첫째주 전력수요 95GW 돌파…중기·소상공인은 여름철 요금완화 밖
전통시장 체감 BSI 50.5…냉방비 늘고 매출 줄어 ‘이중 부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경기도 시흥 소재 금속열처리업체 대표 A씨는 “납품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전기료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한 여름 작업장 식히느라 에어콘도 최저 기온으로 맞춰서 사용했는데, 9월 전기료 나올 때 얼마나 나올지 사실 무섭습니다”고 말했다. 열처리업은 주물·단조 등과 함께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표 업군 중 하나다. 올여름 극한 폭염에 가을에 청구될 여름 전기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금속열처리협동조합 관계자도 헤럴드경제와 만나 “전기료는 납품단가 연동제 대상이 아니에요.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이 전기료 항목입니다. 때문에 전기료가 오르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최근 산업용 전기료가 많이 올라서 다들 힘들다는 얘기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제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냉방비 증가와 매출 감소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근로자 안전을 위해 냉방·환기 설비를 멈출 수 없고, 음식점이나 편의점 역시 손님이 줄어도 에어컨과 냉장·냉동 설비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 문제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고정비는 커지는데 이를 직접 덜어줄 제도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대 93기가와트(GW) 가량으로 예상됐던 8월 첫째주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6일부터 사흘 연속 95GW를 넘어섰다. 지난 7일 오후에는 95.321GW까지 올라 2024년 8월20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97.115GW에 근접했다. 정부가 지난 6월 제시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전망치는 최대 98.8GW다. 냉방 수요가 가정과 상업시설, 산업현장에서 동시에 늘면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 원인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공장 전체를 냉방하기보다 작업자 주변에 이동식 냉방기나 선풍기, 환풍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 제조 현장을 돌아보면 폭염은 생산비용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여름은 휴가철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며 “어버이날이 있는 5월 대목과 비교하면 매출이 배로 차이 난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화양제일골목시장에서 만난 옥수수와 전을 파는 하동림(64) 씨도 “요새는 아예 장사가 안된다”며 “날이 시원할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2배 가까이 차이 난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어 가게를 비우는 시간이 늘면서 매장에 초인종까지 설치했다.
폭염에 따른 소비 위축은 경기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6년 6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에서 7월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BSI)는 70.7로 전월보다 12.5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발표된 ‘2026년 7월 조사’에서 전통시장 체감 BSI는 50.5로 전월보다 9.3포인트 더 떨어졌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보다 많다는 의미다.
반면 냉방시설을 갖춘 대형 유통시설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전통시장과 실내 유통채널의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7월 들어 가정에서 먹는 신선식품과 간편식, 실내 생활용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운 여름 실내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조리기구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선식품이나 조리용 식재료를 파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는 더위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인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에 비해 전기요금 지원 체계는 제한적이다. 정부는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1단계는 300킬로와트시(kWh)까지, 2단계는 301~450kWh, 3단계는 450kWh 초과 구간에 적용된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제조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일반용·산업용 전력은 주택용과 별도 요금체계여서 같은 방식의 여름철 누진 완화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도 제조 중소기업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 2024년 도입된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은 당초 연매출 3000만원 이하 사업자에게 2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가 같은 해 지원 대상이 연매출 1억400만원 미만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연매출 1억400만원 미만 소상공인 약 231만개사에 25만원 상당의 경영안정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산업용 전력 요금체계를 적용받는 제조 중소기업은 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중소기업계가 폭염을 단순한 계절 요인이 아니라 생산비 증가 요인으로 보기 시작한 이유다. 전력 요금체계 변화도 변수다. 지난 4월부터 산업용(을) 시간대별 요금체계가 개편되면서 낮 시간대 일부 요금은 낮아진 반면 오후 6~9시에는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이 적용된다. 여름철에는 해당 시간대 요금 부담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
중기업계에선 골목상권 대책으로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이벤트를 준비해서 전통시장에 오면 피서를 할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도 필요하다”며 “이용객들이 중간중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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