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식 울산시교육감 인터뷰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캠페인 나서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 공동체
스승 그림자도 밟는 교실 조성 필요
교사에 법적 책임 따지는 환경 타파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학령인구 감소가 곧 교육 책임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주배경학생, 정서·행동 지원이 필요한 학생 등 교육 현장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서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은 오히려 확대돼야 합니다.”
조용식 울산광역시교육감은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달 29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개최한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해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비율을 낮추려는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초선인 조 교육감은 25년 동안 교사생활과 울산교육정책연구소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장, 제8·9대 노옥희·제10대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비서실장, 노옥희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교육현장과 행정을 두루 경험해 이날 토론자로 나섰다.
취임 한 달을 지나면서 울산교육청 직원들은 조 교육감에 대해 “스마트하다”고 표현한다. 교육행정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11일 교육감 집무실로 안내한 한 직원은 “교육감님이 주재하시는 회의만 하더라도 안건이 올라오면 ‘실행할 것, 하지 말 것, 검토할 것’을 명확히 짚어주기에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며 “그래서 직원들이 늘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감 자리를 교사나 행정가의 시각을 넘어 ‘교육 4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모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종합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취임 1호로 결재했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1일 울산시 남구 신정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시간 될 때마다 각급 학교 등굣길을 찾아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등굣길 목소리를 들어보면 학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라는 메시지는 같습니다. 교권침해와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교사는 수업에 전념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즐겁게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조 교육감은 이의 실현을 위해 ‘오늘이 행복한 울산교육’을 새로운 울산교육 비전으로 정했다. 학업 성취도에 따른 열패감 대신 행복감을 맛보는 교육현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육 4주체가 모두 행복한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범시민추진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그는 교육공동체 간 신뢰가 흔들린 이유를 사회와 교육환경 변화에서 찾는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요구가 달라졌기에 교육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오늘날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데,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둬야 하는 관계라면 그 권위는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것”이라며 “따라서 학생은 교사를 존경하고, 교사는 학생을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의 스승상(像)은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학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고 했다. 교육뿐 아니라 돌봄과 안전, 생활지도, 학생의 마음건강까지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개인의 권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면서 권리와 함께 책임, 배려, 공동체 의식을 함께 키우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약해진 부분을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장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의 무력감이 너무 팽배해졌다”며 “교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강조하게 되면 책임을 질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학생을 위해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직(職)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이는 곧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생이 불편을 느낄 때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등을 근거로 교사를 고발하는 사례가 잦아 교육관계법으로 대체하는 등의 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학부모 민원 등 교육공동체 갈등을 소송과 처벌 중심이 아닌 조정과 관계 회복 중심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가칭 ‘교육공동체 갈등 전환 전담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과 관련,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교권과 학생인권을 함께 지켜야 할 가치로 삼을 때 교사는 안정적인 교육을 하고, 학생은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점점 늘고 있는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교육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다문화한국어교육 전담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2일에는 울산 두광중학교에서 열린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행사장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이 학교 1학년생인 이란 출신 학생의 K-팝 댄스 동아리 공연과 ‘첫 학기 살이’ 발표를 보고서 성공적인 정착을 격려했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 울산의 재정 상황도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울산교육청은 이미 세수 결손이 발생해 교육교부금 제도가 개편되면 울산은 해마다 4300억원 감소가 예상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과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했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교육현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와도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공감대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신뢰 회복 운동의 핵심입니다.”
조용식 울산교육감은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닻을 올렸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오늘이 행복한 울산교육’을 달성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ityblu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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