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천연물 ‘마이켈리올라이드’ 암 악액질 개선 기전 규명

- 장내 유익균 늘려 근육량 34%·근력 31% 증가, 새 치료전략

체중 감소를 겪고 있는 암 환자.[AI 생성 이미지]
체중 감소를 겪고 있는 암 환자.[AI 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암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인 ‘암 악액질(Cancer Cachexia)’을 장내 미생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제시됐다.

암 악액질은 암이 진행되면서 체중과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전신적인 염증과 대사 이상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 환자의 체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려 항암 치료를 어렵게 하고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김명석·이충구 박사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해 암 악액질을 개선하는 천연물 후보물질과 그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4000여 종의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분석해 ‘마이켈리올라이드(Micheliolide·MCL)’가 암 악액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장암과 췌장암 동물모델에 MCL을 투여한 결과 종양 크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근육량은 34%, 근력은 31% 증가했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육 소모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MCL은 암으로 인해 저하된 T세포 기능을 회복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으로 유발되는 염증 반응을 낮춰 근육 파괴를 막는 면역 조절 기전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MCL의 효과가 장내 미생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항생제 처리 생쥐에서는 MCL의 근육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명석(왼쪽)·이충구 박사.[KIST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명석(왼쪽)·이충구 박사.[KIST 제공]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MCL은 장내 유익균인 ‘포카이콜라 불가투스(Phocaeicola vulgatus)’를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어 해당 균주가 만들어내는 대사물질을 분석해 근육 합성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사이클로펩타이드 11종도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항암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장내 미생물과 면역체계를 조절해 암 악액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천연물 기반 경구 치료제로 개발될 경우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체력과 삶의 질을 유지하고 기존 항암제와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명석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천연물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 악액질의 개선 가능성을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난치성 암 환자의 체력과 면역력을 보존해 병용 항암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혁신적인 숙주 지향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icrobiome’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