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셈법’ 복잡해진 한은

국고채 30년물 7월 인상 후 0.2%P↑

시장 긴축효과에 연속 금리상승 불투명

한은 성장률 대폭 상향 조정 전망 변수

서울 집값 5년 만 최고 상승률도 인상 요인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연합]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발 장기금리 상승 여파가 국내 채권시장으로 번지면서 다음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아도 금융여건이 긴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물가와 성장률·부동산 등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기조를 꺾을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미국 국채 바이백(재매입) 조치 효과가 하루 만에 소멸하면서 향후 국채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통화정책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코스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장보다 4.1bp(bp는 0.01%포인트) 내린 연 4.675%를 기록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16일(4.463%)보다는 21.2bp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지난 18일엔 연 4.751%까지 치솟으며 2012년 9월 첫 발행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기물 금리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조치에 급등세가 한때 진정됐지만, 효과가 하루 만에 소진되면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같은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2bp 오른 연 3.811%에 마감했다. 단기물은 오는 27일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금융시장 부담이 커진 만큼 한은의 ‘백투백(연속)’ 기준금리 인상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시장금리 상승 자체가 시중 대출금리 등을 끌어올려 추가적인 긴축 효과를 내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달 1일 달러당 1559.2원까지 올라 16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380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다만 시장에선 경기와 물가, 부동산 등 국내 지표들은 여전히 추가 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한은이 다음 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2%로 크게 높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낙관적 시나리오가 반영될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최대 3.5%까지 상향될 수 있다”며 “2027년 성장률 전망 역시 기존 2.1%에서 2.5% 안팎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불안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하며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7.7% 올라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생산자물가는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재발로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역시 한은이 긴축의 고삐를 쉽게 늦추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향후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이 한 달 만에 2.50% 뛰며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들어서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다시 80%를 넘어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 완화로 유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한은이 강조하는 소비자물가 역시 아직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8월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을 전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선제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주장한 위원이 6명 중 1명에 그쳤던 만큼,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향된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인상의 시급성에 공감하는 위원이 과반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크게 내리면서 수입 경로를 통한 물가 압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지수와 변동성이 모두 크게 움직이면서 금융여건은 다소 긴축적으로 바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7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8월에는 동결한 뒤 10월 추가 인상에 나서는 속도 조절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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