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야몽’서 삶과 문학, 가족과 역사, 이웃과 공동체 진솔하게 풀어내
[헤럴드경제(구례)=박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대화엄사(주지 우석스님)가 주말인 22일 여름밤 인문 프로그램 ‘화야몽(華夜夢)’ 두 번째 시간으로 구례 출신 소설가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올 화야몽의 주제는 ‘지리산 바람이 지나고, 별빛 아래 차 한 잔’으로 지난 7월 덕제스님의 ‘차의 세계’에 이어 이날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한국 문단과 40만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정지아 작가가 구례 화엄사를 찾아 자신의 삶과 문학, 가족과 역사,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날 강연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잘 사는 삶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서로 연결되는가’를 함께 묻는 자리였다.
정 작가는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는 부모와 부모 세대가 평생 함께 살아온 구례 사람들이, ‘찌니주의보’에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오늘까지 보고 만나온 구례 사람들의 삶과 관계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로 스며 있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서울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다시 구례에 내려온 이후 자신의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학벌과 직업, 사회적 성공과 외형적 조건을 중심으로 사람을 바라보던 삶에서 벗어나, 구례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사람마다 저마다의 쓸모와 역할이 있으며 삶의 가치는 서열로 매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관계를 잘 맺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전하며, 부모와 자식, 형제와 친구, 이웃과 마을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큰 울림을 준 또 하나의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속 인물의 모델이 된 ‘떡집 언니’라는 점이다.
팔순을 맞아 자신이 축하를 받기보다 자녀와 친척, 친구들에게 먼저 밥을 사며 “오늘까지 함께 있어 줘 고맙다”고 말했던 한 평범한 구례 사람의 삶을 소개하면서, 정 작가는 “화려한 성공보다 감사하며 살고 주변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는 마음이 더 아름답고 위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공한 삶에 대한 기준이 바뀌어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가족과 이웃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고 한 사람에게라도 힘이 되어주는 것이 오히려 더 깊고 값진 삶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전해져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화야몽에서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함께 신작 ‘찌니주의보’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찌니주의보’는 오늘의 농촌 공동체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삶이 만나면서 생기는 갈등과 오해, 이해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관계’다.
이념이나 세대, 학력과 직업,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르더라도 한 사람의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편견은 조금씩 무너지고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정지아 문학이 이날 화엄사의 밤에 던진 질문이었다.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에 앞서 1000년 이상 전승돼 온 구례향제 줄풍류(求禮鄕制 ‘줄’風流) 식전 공연도 마련됐다.
대금 이소정, 가야금 장하연의 단아한 선율이 화엄사의 여름밤을 열었으며, 천년고찰의 고요와 지리산의 바람, 전통음악과 문학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산사 인문 체험을 선사했다.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은 “화엄사의 여름밤은 지리산의 바람과 별빛, 천년고찰의 고요가 함께 머무는 특별한 시간”이라며 “오늘 정지아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고 말했다.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 성기홍은 “오늘 정지아 작가의 강연에서 호박 하나, 깻잎 한 장을 나누며 맺어진 인연이 수십 년 쌓여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이야기는 구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인문적 자산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parkds@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