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최대 70%, 내년 상반기 이주
실거주 강화에 전세 감소, 빌라도 월세뿐
전문가 “대규모 이주 땐 전세가격 폭등”
“은마아파트는 임차인이 60~70%인 단지입니다. 중학생 아이들은 여기에서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본격적으로 이주 시작하면 갈 곳이 없어 머리가 아프실 거예요.”(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국내 대표적인 학군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가 2027년 상반기 이주를 계획한 가운데, 최근 임차인의 ‘이주 대란’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인근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후 직접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일제히 주거 난민이 쏟아질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철거를 위한 이주를 앞두고 세입자들이 주거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인근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괜히 새 계약을 체결했다가 내보내기 힘들어질까 봐 빈집으로 두려는 임대인도 봤다”며 “앞으로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다른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체 4424가구 대단지의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2027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세입자의 이주 희망 시기·예정 지역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은마 아파트는 세대 절반 이상이 세입자로 구성돼 있어, 결국 집주인이 임차인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실거주 강화 기조’ 정책까지 겹쳐 임차인들의 주거 비상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치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치동 전월세 시장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며 “비거주자를 겨냥한 정부 정책으로 평상시 임대를 놓던 집주인의 50% 이상은 실거주를 고민하거나 결심하는 문의 전화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기존 은마아파트에서 살던 세입자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근처 전세 매물이 없고,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인접한 래미안대치팰리스를 중개하는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월세도 200만원이 나가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 버티고 있던 세입자들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학군을 포기할 수 없다면 학원가 건너편 빌라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립·다세대라고 매물이 넉넉한 건 아니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 빌라촌 E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세대 주택도 전세 매물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나마 있는 게 월세인데 올해 초와 비교해 30~40만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4인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평형의 매물은 거의 씨가 말랐다. E대표는 “문의는 좀 있었지만 규모 있는 매물은 없다고 봐야 하고, 은마아파트 수요를 받아내기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학군지를 위해 은마아파트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찌감치 대치동 진입을 포기하는 세대도 늘었다. A대표는 “이 동네는 자녀의 학군지를 찾아 들어온 임차 세대가 대부분인데, 앞으로 신규 진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지역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어 거주자들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 어렵고, 대치동은 특히 심할 것”이라며 “대책 없는 대규모 이주는 지역 전세 시장의 폭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가구 1주택 제도 유지로 전세 공급이 막혀 있는 한 임차인들이 각자도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윤승현·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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