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개발 배터리 셀 공개

출력 2배·충전 40% 단축

내년 EREV부터 적용

볼륨 EV엔 미드니켈 NCM

배터리 수명 20% 향상 목표

GV90에 열전이 방지 기술 적용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 자체 개발에 나섰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팩과 관리시스템(BMS)을 넘어 셀 설계 영역까지 기술 내재화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먼저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를 내년 출시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적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과 향후 배터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새 배터리 셀은 장기간 축적한 자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기존에 사용해 온 하이니켈 배터리와 비교하면 출력 성능은 2배 이상 높이면서 충전시간은 40% 줄였다.

첫 적용처는 내년 상반기 선보일 EREV다. EREV는 전기모터로 차량을 구동하되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순수 전기차와 비슷한 주행감을 유지하면서 충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싼타페 EREV는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투입된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현지 생산하며 2개의 전기모터와 새 고성능 배터리를 조합한다. 목표 주행거리는 600마일(약 966㎞) 이상이다. 제네시스 EREV 역시 2027년 초 출시 예정으로, 640마일(약 1030㎞)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EREV에 적용하는 배터리는 일반적인 전기차보다 용량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일반 EV 대비 배터리 용량을 50% 미만으로 낮추면서도 자체 개발 셀의 높은 출력 성능을 활용해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 성능과 전기차 특유의 주행 감각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고성능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할 대량판매형 전기차에는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적용한다. 높은 니켈 함량에 의존하는 기존 고성능 배터리보다 원가 부담을 낮추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현대차는 미드니켈 NCM 배터리가 같은 부피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약 30% 많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대중형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와 원가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도록 관리 기술도 강화한다. 클라우드 기반 BMS를 고도화해 2028년까지 배터리 평균 수명을 현재보다 20% 늘리는 것이 목표다. 차량에서 수집한 배터리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분석해 셀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안전 기술에서도 자체 개발 영역을 확대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 기술은 한 개 셀에서 발생한 고열이 주변 셀로 퍼지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열 확산 시간을 늦추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고열 가스를 별도로 배출하는 구조까지 적용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네오룬’ 측면 디자인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네오룬’ 측면 디자인 [제네시스 제공]

TRP는 이달 첫 공개된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에 처음 적용됐다. 현대차는 각형과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대상으로 200차례 이상 반복 시험을 거쳤으며 배터리 형태와 관계없이 TRP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BMS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1차 방어선’이라면 TRP는 실제 열 확산을 막는 ‘2차 방어선’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가 배터리 셀 자체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역할 구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등을 자체 개발하며 전동화 핵심 기술의 내재화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이번에는 셀 설계까지 직접 손대면서 차량 특성에 맞춰 배터리 성능과 원가, 안전성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종류도 차량 특성에 따라 세분화한다. 고성능 EREV에는 자체 개발 고출력 배터리, 대중형 EV에는 미드니켈 NCM을 활용하는 식이다. 현대차가 이날 공개한 중장기 파워트레인 전략에는 LFP와 미드니켈 NCM, 고성능 NCM 등 복수의 배터리 체계가 포함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EREV는 현대차 역사상 가장 과감한 상품 출시 계획”이라며 “전기차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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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