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 우려에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확산
디지털자산 정책 기대가 상승폭 키워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8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이내 7만8000달러선으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건전성 우려로 확산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통화가치 훼손 베팅)와 함께 정책 기대가 겹치면서 최근 급등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오후 3시26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28% 하락한 7만8893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2.18% 내린 2456달러를 기록했고 리플(XRP)과 솔라나도 각각 5.16%, 4.84%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전날 8만951달러까지 오르며 8만달러선을 넘어섰지만 하루 만에 다시 7만8000달러선으로 밀렸다. 다만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22.82%, 이더리움은 28.60% 상승한 상태다. 리플과 하이퍼리퀴드(HYPE)도 같은 기간 각각 43.59%, 40.72% 급등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확산을 꼽는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이나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25일 보고서에서 “이번 비트코인 반등은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달러 약세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강화, 클래리티법 통과 기대, 누적된 숏 포지션의 청산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10~30년물 국채의 회당 바이백 규모를 기존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늘렸다. 발표 직후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동안 약 9bp 하락한 뒤 재정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하락폭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단기적으로는 바이백 확대가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담을 완화했으나 미 연방정부 부채가 올해 40조달러에 근접하고 연간 이자 지출도 1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바이백만으로 장기적인 국채 공급 부담과 금리 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달러 약세와 재정건전성 우려가 맞물리면서 금, 은, 비트코인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며 “최근까지 금과 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비트코인의 반등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책 기대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클래리티법 처리를 재차 촉구한 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입법과 별개로 자체적인 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이번 급등을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구조적인 디베이스먼트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은 주요국 중앙은행이라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장기 매수 주체가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디지털자산 재무전략 기업(DAT),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위험선호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디베이스먼트 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ETF와 DAT를 넘어 가격과 시장 사이클에 덜 민감한 장기 매수 주체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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