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1554원→1380원…달러 투자 외국인엔 환차익·환차손 발생
외국인 매매가 다시 환율 움직이기도…“원화 강세=주가 상승”은 아냐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원/달러 환율이 170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평균환율은 지난 7월 2일 1554.4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25일에는 1380.60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약 11.2% 하락한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환율이 내려갈 때 외국인 매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자주 나옵니다. 반대로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환율과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우선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의 양을 의미합니다. 환율이 1500원이라면 1달러를 사는 데 1500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처음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들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가치는 오릅니다. 1달러를 사는 데 1500원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1400원만 필요해졌다면 달러에 비해 원화 가치가 높아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원화 강세’라고 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원화 약세’가 됩니다.
외국인은 주가만큼 환율도 중요하다
환율이 국내 증시에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을 좌우하는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투자자는 원화로 주식을 사고팔지만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사정이 다릅니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을 사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는 다시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이 때문에 주가 등락에 따른 수익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따른 환차익이나 환차손까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일 때 외국인 투자자가 1000달러를 환전해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투자금은 150만원입니다. 이후 주가는 그대로인데 환율만 1350원으로 떨어졌다면 150만원을 다시 환전했을 때 약 1111달러를 받게 됩니다. 주식으로는 한 푼도 벌지 못했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 기준 약 11.1%의 환차익이 생긴 것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1650원으로 올랐다면 같은 150만원을 다시 달러로 바꿨을 때 약 909달러만 남습니다. 주가는 그대로인데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기준 약 9.1%의 환차손을 보게 됩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기업 실적이나 주가 전망뿐 아니라 원화 가치의 향방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 주가 상승과 함께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원화 약세가 예상되면 주가가 올라도 환차손으로 실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환율과 외국인 수급의 관계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합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 하락 요인이 됩니다. 반대로 국내 주식을 팔아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가져가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2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8205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8.90원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70원 오른 1386.10원에 마감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간밤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반도체주 중심으로 하락한 점은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외국인 순매도가 원화 약세 압력을 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환율과 외국인 수급만으로 주가의 방향까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3조원대 순매도에도 전 거래일보다 45.78포인트(0.68%) 오른 6742.74에 마감했습니다. 환율과 외국인 수급뿐 아니라 기관·개인의 매매와 기업 실적, 국내외 경기와 금리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율 하락→외국인 매수→주가 상승’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시장을 바라보기보다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변수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554원에서 1380원으로…환율은 왜 떨어졌나
그렇다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왜 빠르게 내려왔을까요. 증권가는 국내 달러 공급 증가에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기대 변화가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달러 공급 증가를 꼽았습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조달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것을 시작으로, 8월 법인세 납부 시기와 맞물려 주요 기업의 달러 매도가 잇따르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 완화와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달러의 추가 강세가 제한된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습니다.
최근에는 환율을 움직이는 중심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의 중심 동력이 국내 달러 공급에서 연준 통화정책 기대와 글로벌 달러 흐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고용과 물가에 이어 소비지표까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달러 강세 압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에 엔화 약세가 제한되고 있는 점도 원화에는 우호적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1370~1430원 범위에서 등락하며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출 잘하면 원화 강세?…달라진 환율 공식
환율을 볼 때 과거의 공식만 믿어서도 안 됩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수출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면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 공식이 비교적 잘 들어맞았습니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국내 달러 공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의 1.5배에 달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한때 1560원선까지 근접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무역과 경상수지 지표는 원화 강세를 가리켰지만 실제 환율은 정반대로 움직인 것입니다.
배경에는 해외투자 확대가 있습니다. 2020년대 들어 개인과 기업, 기관투자자가 해외자산 투자를 늘리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과거처럼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되기보다 다시 해외투자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경상수지에서 아무리 많은 달러를 벌어도 해외로 나가는 달러가 함께 늘면 원화 강세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해외자산이 크게 늘어난 점도 환율을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상품 교역으로 달러를 얼마나 벌어들이느냐뿐 아니라 이미 쌓인 해외자산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증권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외 주식·채권을 오가는 자금의 영향도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과거의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단순한 공식은 ‘경상수지 흑자→해외투자 증가→달러 수요 증가·국내 환전 감소→원화 약세 압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이제 실물경제에서 외화를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그 외화가 ‘어디에 머물고 어떻게 환전되는가’에 좌우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해외여행을 갈 때 달러를 얼마에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환율 자체가 다시 움직이기도 합니다. 주가와 환율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hajun82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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