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파트너스 인수 SPA 체결

항공 수요 회복에 부품업체 수혜 ‘가시화’

실적 개선 움직임에 사모펀드 북적

2000년 설립된 항공기 및 기계부품 제조사 율곡. [율곡 홈페이지]
2000년 설립된 항공기 및 기계부품 제조사 율곡. [율곡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율곡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VIG파트너스를 새주인으로 맞는다. 투자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JKL파트너스와 WJ프라이빗에쿼티(WJ PE)는 6년 넘게 회사를 지킨 끝에 투자 원금 대비 3배 이상을 회수하는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최고 실적에 투자…코로나에도 ‘뚝심’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지난주 JKL·WJ 컨소시엄이 보유한 율곡 지분 47.09%와 창업자 위호철 대표 보유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율곡 전체 기업가치는 4000억원대 초중반으로 평가됐다.

율곡과 JKL·WJ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컨소시엄은 구주 인수 등을 통해 지분 31.25%를 확보했다. 당시 율곡의 매출은 1103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별도 기준). 실적만 놓고 보면 회사의 몸값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하지만 인수 직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국경 봉쇄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을 미뤘다. 보잉과 에어버스도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여파는 항공기 제조사를 넘어 부품 공급망 전체로 퍼졌다.

율곡 매출 추이(별도 재무제표 기준). AI를 활용해 제작함.
율곡 매출 추이(별도 재무제표 기준). AI를 활용해 제작함.

결국 율곡의 매출은 2020년 564억원으로 1년 만에 반토막 났고 6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투자 이익은 커녕 회사의 존립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컨소시엄은 추가 투자를 택했다. 우선주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47.09%까지 늘리며 위기 극복을 뒷받침했다.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21년 매출은 353억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항공기 부품업체인 ‘아스트’는 코로나19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주가와 실적이 급락했다. 결국 2023년 유암코(연합자산관리공사)에 1100억원에 인수된 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율곡은 2022년부터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68억원과 168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274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올렸다.

몸값 껑충…여객에 방산 수요까지

JKL-WJ 컨소시엄이 율곡에 투입한 자금은 총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율곡의 전체 기업가치는 4000억원대 초중반으로 단순 계산시 컨소시엄 보유 지분의 가치는 2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대비 3배가 넘는 회수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핵심은 여객 수요 회복과 항공기 부품업체 실적 증가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다. 항공기 부품산업은 보잉과 에어버스 등 완제기 제조사를 정점으로 대형 구조물 업체와 정밀가공·조립업체가 여러 단계로 연결된 피라미드 구조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주문을 늘려도 엔진, 동체, 날개, 객실 설비 등 부품의 납기를 맞춰 항공기를 완성·인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율곡의 실적에 코로나19 회복된 여객 수요와 최근 확대된 방산 수요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이 99도까지 올라가도 끓기 전에는 겉으로 큰 변화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항공기 부품업체도 일정 수준을 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율곡의 주요 생산시설 중 하나인 경상남도 사천공장. [율곡 홈페이지]
율곡의 주요 생산시설 중 하나인 경상남도 사천공장. [율곡 홈페이지]

삼일PwC는 지난 1월 ‘항공산업 슈퍼사이클 시대, 부품업계의 새로운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완제기 제조사들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중견 부품사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항공 부품주의 단기 실적둔화는 공급망 혼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병목현상 완화 시 실적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전에 특히 사모펀드들이 다수 참전한 것도 이때문이다. 율곡 본입찰에는 VIG파트너스를 비롯해 스틱인베스트먼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KCGI 등 국내외 굵직한 사모펀드가 다수 참여했다.

통상 5~7년 뒤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특성상 사모펀드들은 회사를 성장시켜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투자에 나선다. SI는 기존 사업과의 결합을 통해 발생하는 시너지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지만, 사모펀드는 율곡 자체의 현금창출력과 단기 성장 가능성만으로 투자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사모펀드들은 민항기 생산 확대와 방산 수주 증가가 율곡의 실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