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금융안정, 호미로 잡는 대응 필요”

뉴욕특파원 간담회 개최…선제대응 또 강조

관례 벗어난 연속인상…늑장 대응시 큰 비용

선제대응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 의견 갈려

9월 美 금리 올리나…워시 ‘매파 발언’ 주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준 잭슨홀 회의 현지에서 가진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준 잭슨홀 회의 현지에서 가진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로 연속 인상한 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연이어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 총재 스스로 인정했듯 연속 인상은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기 때문이다.

물가 흐름 등 경제 지표들이 당장 금리 인상을 해야만 할 만큼 급박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미리 대응해 나중에 일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신 총재의 취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계기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주택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가계부채도 늘고 있다”며 “광의 유동성이 늘고 시장성 자금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은 호미로 잡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도 “환율은 한·미 금리차에 영향을 받는데, 이번에 금리를 올려 선제 대응했다”며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앞서 27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화정책 선제 대응은)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긴축 강도를 줄이고, 성장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며 “이런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총재가 연이어 선제 대응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그만큼 한은 안팎에서 ‘연속 인상’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 앞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하게 갈렸다. 특히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는 채권시장 참여자 10명 중 8명이 금리 동결을 예측하기도 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황건일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약 2주 뒤 의사록을 통해 공개되겠지만, 성장 경로가 아직 확실하지 않고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긴축해 실물 경기를 누르고 취약 차주 부담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은 반도체 호조에 따른 수요측 압력이 본격적으로 물가를 밀어 올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표들이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긴축 강도를 줄이고 성장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고도 덧붙였다.

경제학계에서는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두고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 총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중 하나는 제임스 불러드(James B. Bullard)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집필한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공포(Soft landing and inflation scares)’다. 불러드 전 총재는 이 논문에서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대응의 ‘강도’가 아니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무너지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 공포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불러드 전 총재는 선제적 대응의 실패 사례로 지난 2021년 연준의 긴축 정책을 꼽았다. 그는 당시 연준이 선제적인 긴축 정책을 펼쳤다면 비용을 거의 치르지 않고도 인플레이션 정점을 실제 경험 수준보다 3%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선제적 통화정책의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데이비드 라이프슈나이더(David Reifschneider)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2021년 당시 연준이 일찍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으면 물가 목표치 복귀 속도를 다소 앞당겼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실업률 상승과 실질임금 하락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제 대응이 물가만을 보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총재는 연준에 대해서도 “가급적 호미로 막아야 되는데 필요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한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달 열릴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한은이 연이어 금리를 올리는 동안 미국 연준은 지표를 관망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 관련 지표들이)더욱 우려스럽다”며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책무이며 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 목표는)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현재의 금융 여건도)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정책 선호)적 발언에 시장에서는 9월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29일 기준 57%로 한 달 전(39.9%)보다 17.1%포인트 급등했다.

이 발언에 대해 신 총재도 “7월 때와는 (발언의)차이가 크다”며 “9월 회의에 대해 상당히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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