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튬-177 도입 4년 만에 84명 치료
다학제 협진·원내 인프라 연계 주효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기존 호르몬 및 항암 화학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중증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대안으로 꼽히는 맞춤형 방사성 핵의학치료가 가시적인 임상 성과를 내고 있다.
3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암병원 비뇨기암센터가 최근 난치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루테튬-177(Lu-177) 전립선특이막항원(PSMA) 핵의학치료 200회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해당 시술을 도입한 이후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 84명을 대상으로 꾸준히 치료를 진행해 온 결과다. 전립선암은 최근 발표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내 남성 암 발생 1위를 기록하는 등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한 질환으로 꼽힌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횟수 증가를 넘어,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다학제 기반의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시스템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테라노스틱스란 진단(Diagnosis)과 치료(Therapy)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최신 의료 기법이다.
주요 치료 대상은 질병이 깊어져 남성호르몬 억제 요법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이다. 이 단계의 환자들은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며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에 개인의 전신 상태와 과거 치료 이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핵의학치료의 핵심은 전이가 진행된 암세포 표면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는 PSMA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데 있다. 의료진은 우선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체내 분포와 PSMA 발현도를 파악한다. 이후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에게만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루테튬-177)를 정맥으로 투여한다. 혈관을 타고 순환하던 약제가 표적 암세포에 달라붙어 수 밀리미터(mm) 범위에서만 베타선을 방출하며 정상 조직의 손상 없이 암세포 DNA만 정밀하게 파괴하는 원리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기존 치료제 외에도 다수의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관련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더불어 비뇨의학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전문의들이 정례적으로 협의하는 다학제 협진망을 통해 치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오주현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이번 200회 달성은 서울성모병원이 전립선암 테라노스틱스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환자의 바람에 보다 경청하며 다학제-협진을 통해 참된 맞춤 진료체계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유신 비뇨기암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은 “호르몬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거쳐도 병이 진행되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므로, 수술과 약물치료, 방사선치료에 더해 핵의학치료를 다학제-협진 안에서 함께 검토할 수 있게 된 점은 환자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지열 서울성모병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원내에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영상 진단부터 치료 계획 수립까지 안정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며 “이러한 인프라와 다학제 협진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테라노스틱스 임상시험 참여를 확대하고, 더 많은 환자가 방사성리간드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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