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늘어나는 3대 메가·AI 예산
‘NEXT 전략기술·7대 SEED’ 초격차 확보
에너지·창업·문화·중소기업 지원도 강화
미래산업 명분으로 ‘유사·중복 투자’ 우려
전문가 “미래기금, 정치적 활용 배제못해”
정부가 내년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대한 재정 투자를 대폭 늘린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국산 AI 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97.2% 늘린 21조3000억원 투입한다. 핵융합·소형모듈원자로(SMR)·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 ‘포스트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미래 성장엔진에는41조4000억원을 배정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미래산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이지만, 유사·중복 사업을 양산하거나 정부의 재량적 지출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국회 통제와 성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기획예산처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총력 지원 예산은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21조3000억원으로 10조5000억원(97.2%) 증가한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 예산은 51조2000억원에서 62조8000억원으로 11조6000억원(22.7%) 늘어난다. 이 가운데 ‘포스트 반도체’ 첨단전략산업 육성 예산은 36조2000억원에서 41조4000억원으로 5조2000억원(14.4%) 확대된다.
정부가 미래산업 투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AI와 반도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산업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 AI와 국산 AIDC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핵융합·SMR·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 차세대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AI 예산은 반도체 초격차 유지 3조4000억원, 피지컬 AI 육성 3조1000억원, 국산 AIDC 생태계 조성 5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전력·용수·산업단지 등 핵심 인프라에 2조1000억원, 프런티어급 AI 모델과 ‘모두의 AI’ 구축에는 1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 지원 예산은 올해 1조3000억원에서 내년 3조4000억원으로 2.6배 늘어난다. 이 가운데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해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마련한다.
수도권·서남권 반도체 생산기지의 조기 구축과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인재 양성도 지원한다.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에 4000억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지원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민간자본 투자를 유도한다.
피지컬 AI 예산은 9000억원에서 내년 3조1000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한다. 제조 명장이 보유한 경험과 작업 노하우인 ‘암묵지’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활용한 AI 솔루션과 풀스택 AI 공장을 개발한다. 제조·돌봄 등 8대 핵심 분야의 현장 실증을 포함한 피지컬 AI 실증 프로젝트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국산 AIDC 산업 생태계 조성 예산은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산 AI 데이터센터 장비의 성능을 검증할 테스트랩을 구축하고 ICT 장비·클라우드와 전력·냉각 분야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구축이 지연되지 않도록 전력·용수·산단 인프라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전력망 신속 구축과 한국전력 출자 등에 1조5000억원, 서남권·충청권 용수·수자원 시설 확충에 4000억원, 새만금 산단 장기임대용지 조성 등에 2000억원을 지원한다. 프런티어급 AI 모델과 ‘모두의 AI’ 관련 예산은 올해 8조4000억원에서 내년 12조2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과 데이터·AI 인재 지원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화 AI 보안모델 개발에 1000억원,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국민 AI 서비스 개발에는 2500억원을 배정한다.
‘포스트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육성 예산을 올해 36조2000억원에서 내년 41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정부는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첨단전략산업 육성 예산을 올해 36조2000억원에서 내년 41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 ‘NEXT 10대 전략기술’ 분야 지원을 11조2000억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고, ‘7대 SEED’ 등 미래선도기술 R&D에는 13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업의 연구 성과를 재투자로 연결하는 투자형 R&D도 새로 도입한다.
에너지 대전환 예산은 4조2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공장 지붕·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소득마을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은 30만대에서 역대 최대인 43만대로 늘리고, 단독주택과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히트펌프 보급 예산은 157억원에서 919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피지컬 AI·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가 한시도 지체되지 않도록 핵심 인프라 구축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핵융합과 SMR,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초격차 산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엔진 투자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도 활용된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기금에 넣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성장동력과 청년·지방·교육·인재 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두고 미래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유사·중복 사업이 늘어나거나 기금이 정부의 재량적 지출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국회 통제와 성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추가세수가 발생했다면 우선 국가채무나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기금에 쌓아 추가 지출에 사용하면 재정적자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본예산이나 추가경정예산과 달리 기금은 상대적으로 국회의 통제를 덜 받을 수 있어 정부가 재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금 설치법과 운용계획이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며 세수 결손이나 긴급한 투자 수요에 대응하려면 일정 수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재정법 등 법률적 근거에 따라 기금운용 자체는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회계 예산의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보내는 전출금은 30% 제한도 받지 않는다. 국가재정법 개정안 제70조 제3항 제7호에 따라 정부가 국회의 재심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자체 변경해 30%를 초과하는 금액을 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예외는 세수 결손 보전을 위한 일반회계 전출금에 한정되며 청년·AI·지역산업 등에 투입하는 사업비 전체를 제한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은 교육이나 청년 지원 등에 재정을 직접 지출해 금융성 기금과 운용 방식이 다르다”며 “사업성 지출을 하는 기금에 금융성 기금과 같은 수준의 변경 권한을 주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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