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신고 통해 남긴 범행 상황
어린 자녀 앞에서 무참히 아내 살해
아내, 지난해 3월부터 가정폭력 신고
남편 보복 두려워 사건 접수 망설여
[헤럴드경제=김아린·이영기 기자] “애기 일로와 일로와(여성 목소리)” “엄마엄마(아이울음소리인 듯함)” “계속 울음소리만 들림” (지난 1일 오전 7시17분께 범행 당시 경찰 신고에 기록된 내용)
현직 공무원 30대 A씨가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찾아가 살해하던 상황이 담긴 경찰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A씨는 자녀 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신고 기록을 통해 재확인됐다. 가정폭력을 일삼아 오던 A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4일 헤럴드경제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당시 신고 녹취록 사본에는 지난 1일 범행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오전 7시17분께 기록된 경찰 신고 내용에 따르면 “울음소리만 들림”, “남성목소리 들리는 듯함” “계속 울음소리만 들림” “엄마엄마(아이 울음소리인 듯함)” “애기 일로와 일로와(여성 목소리)” 등이 기록됐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7시17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에서 30대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이혼 소송 중인 A씨를 피해 거처를 옮겨 숨어지냈다. A씨는 이혼 소장에서 노출된 B씨의 거처를 찾아 아내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현장에는 어린 자녀도 있었는데,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를 무참히 살해했다. 이에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까지 받는다.
이날 범행 당시 B씨는 경찰로부터 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피해 상황을 알렸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112에 신고하자 스마트워치의 통신 기능을 통해 피해 상황이 녹음됐다. 경찰은 신속히 현장 출동 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B씨는 끝내 숨졌다.
B씨는 지난해 3월 이후 5회에 걸쳐 가정폭력 관련 신고를 해왔다. 지난 4월에는 파출소에 직접 방문해 ‘가정폭력(욕설·협박행위)’ 관련 상담을 받았고, 5월에는 ‘남편 폭언으로 신고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B씨는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별거 중인데 짐을 가지러 왔다”며 경찰 동행을 요청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기도 했다. 마지막 신고는 피해 당일인 지난 1일이다.
B씨가 당한 가정 폭력에 대해 경찰과 상담한 기록을 보면 남편 A씨는 상습적으로 폭행 및 위해를 가했다. 지난 4월 B씨가 수원장안경찰서를 찾아 받은 상담에서 B씨는 “전날에는 뺨을 맞았다”, “남편과 말다툼 중 남편이 칼을 들고 ‘이 칼로 나 찔러 아니면 너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구 1명 죽어야 끝난다’라고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담 기록에는 경찰관이 가정 폭력 사건 접수 및 임시조치, 임시숙소 등을 안내했으나 B씨는 보복 등이 두려워 극구 거부했다. B씨는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편이 보복할까 두려워서’라고 진술했다.
B씨는 최소한의 조치로 ▷4월 22일(경찰 상담 당일) ▷5월 29일 ▷8월 11일 등 3차례 스마트워치를 받았다.
한편 지난 3일 구속된 A씨는 아내와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약 4시간 만에 A씨를 긴급체포하고, 이튿날인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내를 왜 살해했나”, “딸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었나”, “평소 (아내에게) 폭행이나 협박은 왜 했나”, “유족들에게 할 말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arin@heraldcorp.com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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