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 가보니
자가 청년은 비자가보다 혼인 확률 19.2%↓
1인 고령가구 생활비 121.9만원→79.6만원 급감
다자녀 특별공급 면적, 주택연금 가입률 개선해야
일본은 자녀 1명당 주담대 금리 0.25%p 인하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청년은 집을 사느라 결혼을 미루고, 노인은 집 한 채만 남긴 채 생활비를 줄인다.”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나온 진단이다. 한·일 양국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집을 사게 해주는 금융”에서 “생애 전환기의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으로 주택금융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JHF)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김경환 HF 사장과 다카하시 마나부 JHF 상임이사가 개회사를,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오니시 가즈요시 주한일본대사관 경제공사가 축사를 맡았다. 양 기관은 이날 업무협약(MOC)도 체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조만 서강대·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일 인구구조의 역전을 예고하며 한국 주택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2024년 합계출산율은 일본 1.15명, 한국 0.75명으로 한국의 하락세가 훨씬 가팔랐다”면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과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비중은 2045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낮은 연금급여를 감안하면 주택연금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집 사면 결혼 19% 늦어진다”…청년 주거비가 가족 형성 발목
청년층의 주거 선택이 결혼·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국토연구원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22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미시자료를 생존분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자가에 거주하는 청년은 비자가 청년보다 혼인 가능성이 19.2% 낮았다. 35세 이하에서는 격차가 26.2%까지 벌어졌다. 반면 임차 가구의 혼인 가능성은 23.7% 높았고, 자가 가구보다 약 2년 먼저 결혼했다.
박 위원은 “청년의 주거 선택이 ‘먼저 집을 사야 한다’는 조건에 묶일수록 혼인이 늦어진다”며 “주거비가 가족 형성의 시점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구입에 자본이 묶이면 결혼 자체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임대 유형별 차이는 더 컸다. 30세 이하에서 공공임대 거주자의 혼인 가능성은 2.69배 높았다. 출산의 경우 공공임대 거주자는 3.36배(셋째 이상 4.33배) 높은 반면, 민간임대 거주자는 0.68배로 오히려 낮았고 자녀 수가 늘수록 격차가 커졌다. 평균(61.6㎡)보다 넓은 공공임대에 살면 둘째 출산 가능성이 5.2배, 셋째 이상은 5.87배까지 높아졌다. 박 위원은 이를 근거로 “더 비싼 집을 사기 위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공공임대로 청년 가구의 주거 소비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다자녀 특별공급 면적 기준을 85㎡에서 102㎡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청년층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도 잇따랐다. 방송희 HF 수석연구위원은 결혼 5년 미만 신혼부부의 86.9%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고, 자가 보유는 42.7%에 그친다고 밝혔다.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12.2%에 불과하다. 방 위원은 “지난 35년간 평균 초혼연령이 상승하면서 가구 형성이 부채와 맞벌이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며 “단순한 신용공급 확대보다 상환 회복력과 소득충격 보호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전체 아파트 가운데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7.3%뿐이며, 처음 독립한 청년 가구주의 61.7%가 주거자금을 부모나 친인척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정책이 의도치 않게 청년 세대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층, 집은 있는데 현금이 없다…“주택연금 2% 정체” 넘어야
고령층은 정반대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학의 생애주기 이론은 노년에 집을 줄여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예측하지만, 한국 고령가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고령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60대 54.6㎡에서 80대 이상 63.9㎡로 오히려 넓어지고 자가거주율도 46.9%에서 65.4%로 높아진다. 반면 금융자산은 4500만원에서 2648만원으로 줄고, 월 생활비는 121.9만원에서 79.6만원으로 급감한다. 소득 충격이 닥쳤을 때 집을 줄이거나 임차로 옮기는 주거 조정을 택할 확률은 12.4%에 그친 반면, 소비를 줄이는 쪽은 56.8%였다.
박진백 위원은 “재산은 있지만 쓸 수 없어 노년기 생활수준이 하락하는 구조”라며 “주택자산을 유동화하는 핵심 제도인 주택연금 가입률은 적격가구의 약 2%(약 15만 가구)에 정체돼 사실상 작동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 역시 한국 은퇴연령 가구 자산의 80.7%가 거주주택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미국(24.7%)과 대비된다며 주택연금 확대를 정부지원프로그램(GSP, Government Sponsored Programs)의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주택연금 확대의 거시경제 효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한은 이슈노트 분석에 따르면 55~79세 주택 소유자 중 현행 제도에서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있는 비율은 35.3%인데, 맞춤형 홍보와 상속 절차 간소화, 주택가격 변동의 지급액 반영 등 제도가 개선되면 41.4%로 높아진다. 가입 의향이 있는 가구가 모두 가입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0.5~0.7% 늘고 노인빈곤율이 3~5%포인트 떨어져 최소 34만 가구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올해 시행된 ▷월 지급액 평균 3.1% 인상 ▷초기보증료 1.5%→1.0% 인하 ▷부모 사망 후 자녀가 이어받는 ‘세대이음 주택연금’ 출시 등 주택연금 제도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두 가지를 추가로 제안했다. 집값이 오르면 월 지급액도 늘어나는 ‘주택가격 연동형’ 지급방식을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자녀가 집을 처분하지 않고 상속받으려 할 때 누적 연금 상환 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다만 황 실장은 “과도한 전세보증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지원은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주거지원은 선별적·맞춤형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먼저 늙은’ 일본의 실험…자녀 1명당 금리 0.25%p 인하
일본 측 발표는 한국이 곧 마주할 미래를 미리 보여줬다. 나카오 다다요리(Tadayori Nakao) 일본 국토교통성 주택국 실장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은 지난 20년간 약 1.4배로 늘어 900만호, 빈집률 13.8%에 이른다. 임대·매각용도 아닌 ‘사용목적 없는 빈집’은 같은 기간 1.8배로 늘어 385만호다.
일본은 출산 대응을 주택금융에 직접 연결했다. JHF의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플랫35’는 18세 미만 자녀가 있거나 부부 중 한쪽이 40세 미만인 가구에 자녀 1명당 최초 5년간 금리를 0.25%포인트 깎아준다. 자녀가 3명이면 0.75%포인트, 에너지효율 주택 등 다른 조건과 합산하면 최대 1%포인트까지 인하된다.
JHF는 고령층을 위해 사망 시까지 이자만 내는 역모기지형 대출 ‘리버스60’과, 집의 잔존가치를 담보로 월 상환액을 낮춘 ‘잔존가치 설정형 주택담보대출’에 보험을 붙여 민간은행의 취급을 유도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대토론회에는 말레이시아 카가마스, 필리핀 NHMFC 등 아시아 주택금융기관 인사도 참여해 각국 경험을 공유했다. 조 교수는 “주택금융의 정부지원프로그램은 민간이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계차주의 금융포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HF와 JHF 같은 국제 모범 사례 공유가 각국 주택금융 시스템의 사회후생 제고 역량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