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932곳 IFA 집결…한국 참가 기업·기관은 79곳으로 감소
바디프랜드 AI 헬스케어·쿠쿠 K푸드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
앳홈·하츠는 음식물처리기 출격…커지는 시장 놓고 경쟁 확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세계 3대 가전박람회로 알려진 ‘IFA 2026’에 국내 중견·중소 가전업체들이 참여했다. 헬스케어로봇과 K푸드 조리가전, 음식물처리기 등 특정 제품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유럽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전통적인 대형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과 규모 경쟁을 벌이기보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판로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에는 49개국 19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행사는 오는 8일까지 열린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디프랜드다. 일반적인 생활가전 대신 AI와 로보틱스를 접목한 헬스케어 제품을 앞세워 전시장을 꾸렸다. 바디프랜드는 ‘뷰티 테크 앤 웰빙’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헬스케어로봇과 AI 마사지 기술을 선보였다.
바디프랜드는 이번 전시에서 생체신호 분석 기반 생성형 AI 제품 ‘733 AI Pro’와 회음부 관리 마사지소파 ‘메디컬 비발디’로 ‘IFA 2026 혁신상’ 2관왕에 올랐다. 대형 가전업체들이 AI를 냉장고나 세탁기 등 기존 가전의 편의기능으로 확장하는 것과 달리 바디프랜드는 AI를 개인별 마사지와 건강관리 영역에 접목하고 있다.
좌우 다리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로보틱스 기술도 바디프랜드가 해외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영역이다. 생성형 AI를 적용한 제품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분석해 마사지 동작을 조합하고 개인별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쿠쿠는 K푸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밥솥으로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쿠쿠는 이번 전시에서 밥솥과 멀티쿠커, 정수기, 커피머신, 뷰티 디바이스 등 주방·생활가전 49개 모델을 유럽시장에 공개했다.
특히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한식 조리기 ‘K-푸드 메이커’를 선보였다. 떡볶이와 김치찌개, 라면, 바비큐 등을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쿠쿠에 따르면 유럽 첫 공급 물량은 모두 판매됐다.
쿠쿠는 현재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네덜란드·영국 등 유럽 12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유럽 매출이 매년 약 30%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밥솥이라는 단일 제품에서 출발해 K푸드 확산을 발판으로 조리가전 전반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전략이다.
앳홈은 음식물처리기와 소형가전으로 IFA에 참가했다. 앳홈의 가전 브랜드 미닉스는 대형가전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공략하지 않았던 1~2인 가구용 소형가전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IFA에도 미니 건조기와 음식물처리기 등을 내놓고 유럽시장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음식물처리기는 앳홈의 주요 성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 조사 기준 미닉스의 2025년 국내 음식물처리기 판매 점유율은 30%였다. 올해 7월 기준 브랜드 누적 판매량은 55만대를 기록했다.
음식물처리기 수요의 계절성도 옅어지는 모습이다. 앳홈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닉스 음식물처리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다. 직전 여름철인 지난해 6~8월과 비교해도 54% 늘었다. 악취가 심한 여름철에 집중됐던 수요가 연중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츠도 음식물처리기를 들고 유럽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처음 IFA에 참가한 하츠는 올해 주방 후드와 인덕션, 욕실 복합환풍기에 싱크볼·수전·음식물처리기까지 전시 품목을 확대했다.
기존 후드 전문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리와 세척, 음식물 처리까지 주방 전반을 아우르는 업체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다. 후드와 인덕션을 묶은 ‘쿠킹존’, 싱크볼·수전·음식물처리기를 연결한 ‘워싱존’으로 전시공간도 구성했다.
국내 업체들이 틈새 제품군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IFA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 영향이 크다. 올해 IFA에 등록한 중국 참가 업체는 932곳으로 지난해 691곳보다 241곳 늘었다. 증가율은 34.9%다. 전체 참가사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반면 한국 기업·기관 참가자는 지난해 106곳에서 올해 79곳으로 25.5% 감소했다. 2024년 127곳에서 2년 연속 줄었다.
중국 기업들이 제품 수와 전시 규모를 앞세운 가운데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각자의 주력 분야를 더 좁고 깊게 파고드는 모습이다. 바디프랜드는 ‘AI·헬스케어로봇’, 쿠쿠는 ‘K푸드·조리가전’, 앳홈은 ‘소형가전·음식물처리기’, 하츠는 ‘주방·환기’를 앞세웠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이 중국 대형업체들과 제품 수나 전시 규모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내에서 시장성을 확인한 특화 제품을 현지 생활환경에 맞게 적용하고 유통 파트너를 확보하는 방식이 해외시장 확대의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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