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금리인상 속도 경계

반도체 호조, 달러 유입·성장세 견인 전망

소매판매 감소·가계 실질소득 악화 엇박자

급격한 금리인상 신용경색·내수침체 우려

반도체는 날고 원화 가치는 뛰었지만 가계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로 유입된 달러가 원화 강세와 성장률 상승을 이끄는 사이 소비와 청년 고용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도 반도체발(發)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질지, 아니면 부동산 등 자산 형성에 집중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선제적 금리 인상의 물가 제어 효과보다는 양극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정책 과잉대응으로 인한 K 양극화 고착화 가능성을 살펴야 할 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성장했다. 1분기(1.8%)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수출이 1.4% 늘며 성장을 떠받쳤다.

수출 호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7%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5.9%에서 47.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도체 호황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야간 거래에서 1345원까지 하락해 2024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일 오전에도 환율은 134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수출에서 발생한 온기가 가계로 충분히 번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내구재 소비도 7월 4.1%로 줄었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같은 기간 -0.3%에서 -1.3%로 악화했고, 청년실업률도 7월 6.8%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와 가계부채에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를 빠르게 높이면 이자 부담이 늘어 소비가 위축되고, 시차를 두고 신용경색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고자산층의 소득 증가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이는 곧 경제 성장세나 양극화 등 부정적 영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통화정책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고, 이에 따른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도 이런 예상 경로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요측 물가압력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잡기 위해 금리를 높였는데, 우려했던 만큼 인플레이션 정도가 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만 두드러질 수 있다.

앞으로 금통위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전망이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연속 인상했기 때문에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며 한동안 상황을 관망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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