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에너지·서비스물가 전방위↑
연준, 9월 금리인상 가능성 58.4%
日·유럽도 선제 금리인상 기정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물가 안정에 성공하는 듯했던 세계 경제가 다시 ‘금리인상’의 기로에 섰다. 중동발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뛰면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긴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다시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서비스 물가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물가 불안이 재점화하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3면
이코노미스트 추정에 따르면 선진국 전반에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연간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초 2.7%에서 최근 2.9%로 상승했다. 특히 노동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 물가의 경우, 조사 대상 23개 선진국 중 3분의 2에서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2021~2022년 급격한 물가 상승 국면에서 대응 시기를 놓쳤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미국은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인상 확률이 57%로 다시 높아졌다. 지난 4일 미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보고서에서 8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16만2000명 늘었다.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9월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4일 58.4%로 상승하면서 전날(49.4%)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연준의 초점이 고용 보다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가면서 오는 11일 예정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월 연준의 금리인상에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월 CPI는 전월보다 0.4%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로는 3.4% 올라 7월과 같은 상승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말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연준 목표인 2%를 5년 넘게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금리인하는 거듭 압박했다. 그는 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대미흑자국과의 교역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연준에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나라들은 금리가 0.5%인데 우리는 4%”라며 “우리는 (금리가) 1%나 0.5%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주 연준의 금리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달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년 9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ECB는 오는 10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8월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3%에 도달하는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일본은행(BOJ) 역시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여파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강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이미 세 차례 금리를 올렸고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 역시 7월과 8월 각각 금리를 인상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휴 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의 향방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장기간 웃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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