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4%·망고 20% 등 가격 인하 확인
58개소 한시 점검…전체 품목 상시 추적은 못해
수입업체 직배송 때 소비자 가격 인하 폭 커져
연말 통합관리체계 구축·내년 aT 전담팀 추진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8305억원 규모의 할당관세 혜택을 제공했지만,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에 대한 점검은 일부 품목과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회성 조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나와 망고 등에서는 할당관세 적용 이후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전체 적용 품목의 수입가격과 유통마진, 소비자가격을 지속해서 추적하는 체계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수입·유통업체가 관세 인하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더라도 직접 제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10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과 정부의 ‘할당관세 개선방안 후속조치’에 따르면 2025년 할당관세 지원액은 총 8305억원으로 추정됐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과 원활한 수급 등을 위해 일정 수입물량에 한해 기본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제도다.
품목별로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등 광물성 연료류에 전체 지원액의 53%가 집중됐다. 먹거리 가운데서는 바나나의 관세감면액이 56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망고 220억원, 설탕 20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바나나와 망고에만 783억원의 관세 혜택이 제공된 셈이다.
정부가 할당관세로 감면해준 관세는 2022년 1조9694억원, 2023년 1조753억원, 2024년 1조4301억원, 2025년 8305억원 등 최근 4년간 5조3053억원에 달한다. 적용 품목도 2022년 119개, 2023년 117개, 2024년 125개, 2025년 102개에 이어 올해 6월 말 현재 99개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 3~4월 실시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에서는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 효과가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재정경제부, 해양수산부 등은 3월 9일부터 4월 16일까지 보세창고와 수입업체, 도매시장, 가공·유통업체 등 58개소를 조사했다.
점검 대상은 바나나 12만9000톤, 망고 1만8500톤, 파인애플 3만3500톤 등 과일류 18만1000톤과 설탕 12만톤, 냉동 고등어 2만5000톤이었다. 정부는 품목별 유통 경로와 할당관세 적용 전후의 수입·판매가격 등을 비교했다.
점검 결과 대형마트 소비자가격은 할당관세 적용 전보다 바나나가 4%, 망고가 20%, 파인애플이 11%, 냉동 고등어가 3% 각각 낮아졌다. 수입과일과 수산물에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유통 경로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수입업체가 대형마트에 직접 공급하면 도매와 소매를 차례로 거칠 때보다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바나나의 경우 수입단가 대비 소비자가격 상승 폭은 도매·소매 경로가 50%, 직배송은 40%로 조사됐다. 중간 유통단계가 늘어날수록 관세 인하 효과의 일부가 유통비용이나 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조사는 일부 농수산물과 5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 실시됐다. 가격 조사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이뤄져 전통시장과 중소형 마트, 온라인 판매 등 전체 유통시장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할당관세 적용 전후의 가격만 비교한 것이어서 국제가격과 환율, 공급량, 유통업체 할인행사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순수한 관세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가격 인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 관세감면액 가운데 얼마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얼마가 유통단계에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분석도 아직 없다.
정부도 현재 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가격 추이를 상시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 관세 인하가 최종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더라도 이를 직접 제재할 관세법상 근거도 없다. 관세청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는 수입가격 고가 신고나 할당물량 부당 확보, 보세구역 반출 지연 등 통관·유통 과정의 법 위반 행위에 한정된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해 보세구역 반출기한을 넘긴 4개 업체에서 총 147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올해 특별 관세조사에서는 반출기한 위반과 제3자를 이용한 할당관세 물량 부당 확보, 수입가격 고가 신고 등으로 9개 업체를 적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관련 대책을 내놓고 할당관세 적용 물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4월에는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집중관리 품목 지정 근거와 반출기한을 마련하고, 요건을 위반하면 추천을 취소하고 감면 관세를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의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 부과 기준을 보세구역 반입일부터 30일이 지난 시점에서 20일로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신속한 공급이 필요하면 세관장이 화주에게 반출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해당 내용은 관세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품목별 관리도 강화한다. 설탕은 할당관세 물량의 방출 의무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이고, 냉동 고등어 등 5개 품목은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관리 대상에 추가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농축산물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유통·판매 전 과정을 상시 점검하는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2027년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30명 규모의 ‘할당관세관리팀’을 신설하기 위해 재경부·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협의도 추진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일시적인 현장점검을 넘어 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가격을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당관세 물량을 배정할 때 소비자 직공급 비중 확대를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유통구조 개선 실적에 따라 다음번 할당물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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