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개입 대응 제도 미비
포이즌필 등 방어장치 부재
美, 회사 보호 인식 확산에 의무화 州 감소세
日, 집중투표제 1974년 폐지
“경영권 보호 제도 없이는 기울어진 운동장”
[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관 정비와 주주환원 확대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 등 외부 세력의 경영권 개입에 대응할 제도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주 권익 강화라는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방어 장치 등 부작용을 보완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집중투표제로 기업 흔들 것…방어수단 마땅찮아”
10일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중투표제가 경영권에 관심을 가진 외부 세력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외부 투자자나 사모펀드 세력들이 기존 오너 중심 체제 기업을 흔들기 위해 특정 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뾰족한 방어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교수는 “지금 현 제도에서는 방어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기업들은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했다. 특히 최근 한진칼이 일본항공(JAL)과 협업해 호반을 견제하는 사례를 들며 “경영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견제하는 제도가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등에서 활용되는 포이즌필과 같은 사전적 경영권 방어장치는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 상황에서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인수자의 지분 희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해외서도 도입 논쟁…“미국 등은 부작용 우려”
이미 해외에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따른 경영권 침탈 우려가 상당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 미국은 20세기 중후반 일리노이주(州)를 비롯한 20개가 넘는 주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투기 자본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며 이를 강제적으로 규정한 주가 7개로 줄어들었다. 일본도 1950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대두되며 1974년 폐지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집중투표제가 본격 시행되면 사모펀드 등이 연합해 선출한 감사위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대주주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해 기업들이 별로 없는 주에서는 집중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있는 캘리포니주와 뉴욕주 등에서는 집중투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기업들은 제도 시행에 맞춰 정관을 정비하는 등 대응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기업들로서는 우선 정관을 고쳐 선출할 수 있는 이사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차임기제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사별 임기를 달리하는 시차 임기 제도 등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부정적 효과 보완할 방향 논의해야”
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경영권 보호에 취약해진 기업의 위기 상황은 보완이 필요하단 조언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선 “큰 틀에서 보면 주주들의 권익을 더 확대·강화시키는 추세에 비춰볼 때 그런 방향은 예상될 수 있는 과정”이라며 “기업 경영진 역시 변화된 흐름에 수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도 “다만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경영권 찬탈 과정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것은 주주 이익 보호와는 또 별개의 문제”라며 “막상 부작용이 현실화될 때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한 영향과 부정적인 효과를 전체적으로 설명하고, 부정적 효과를 어떻게 감소시키거나 보완할지에 대한 정책 방향까지 논의하는 종합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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