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세계 첫 발견 ‘산화그래핀 액정’
- 고강도·고열전도 섬유로 연구영역 확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칫솔과 스포츠웨어에 적용된 국내 그래핀 원천기술이 전기차와 항공우주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소재 연구로 진화하고 있다. KAIST가 15년 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산화그래핀 액정’ 기술이 글로벌 후속 연구를 거쳐 가볍고 강하면서 열까지 빠르게 전달하는 고성능 그래핀 섬유 제조기술로 발전한 것이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산화그래핀 액정 기반 고성능 그래핀 섬유 연구의 발전 과정과 학술적 의미를 분석한 논평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의 ‘뉴스 앤 뷰스(News & Views)’에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초박막 소재다. 강도가 높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지만 물에 잘 섞이지 않아 가공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그래핀에 산소 성분을 결합한 산화그래핀은 물에 쉽게 분산돼 잉크나 코팅재, 섬유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김 교수팀은 2011년 산화그래핀이 물속에서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얇은 판 모양의 시트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액정 상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를 활용하면 산화그래핀을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하면서 실처럼 길게 뽑아낼 수 있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이 그래핀 섬유 제조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섬유를 뽑는 과정에서 용액이 끊어지거나 내부에 빈 공간과 결함이 생겨 강도와 열전달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진은 산화그래핀을 점도가 높은 글리세롤에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용액을 강하게 늘여 섬유를 만드는 ‘초고연신 방사’ 기술을 적용해 그래핀 시트의 정렬도를 높이고 내부 결함을 줄였다.
여기에 고온 열처리를 더해 그래핀 구조를 치밀하게 만들면서 강도와 열전도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실제 후속 연구에서 개발된 그래핀 섬유는 최대 5.9기가파스칼(GPa)의 인장강도와 미터·켈빈당 최대 1720와트(W/m·K)의 열전도도를 기록했다. 쉽게 끊어지지 않으면서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고성능 섬유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KAIST의 원천기술은 생활제품 상용화로도 이어졌다.
김 교수의 교원창업기업인 소재창조의 기술이 적용된 그래핀 항균 칫솔은 2023년 출시 이후 1400만개 이상 판매됐다. 그래핀텍스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섬유는 2024년 파리올림픽 태권도 시범단 도복에 적용됐으며 골프웨어와 스포츠 의류, 침구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향후 고성능 그래핀 섬유는 전자기기의 발열을 제어하는 열관리 소재를 비롯해 전기차와 항공우주 분야의 경량 부품, 웨어러블 전자소자와 스마트 의류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욱 교수는 “2011년 발견한 산화그래핀 액정이 전 세계 여러 연구진의 후속 연구를 거쳐 이제 강하고 열을 잘 전달하는 고성능 그래핀 섬유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하나의 기초연구가 생활제품은 물론 전자기기·모빌리티·항공우주 등 첨단소재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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