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2027~2030년 4년간 인천시 곳간 관리
지방세 전자납부 체계 장기간 경험 최대 강점
하나은행, 3500억 협약·청라 본사 이전까지 ‘인천 승부수’ 던졌지만 패배
이번엔 신한, 다음엔 하나인가” 금융권 일각의 ‘차기 금고설’ 나와
인천광역시의 연간 16조원대 시금고를 둘러싼 금융권 경쟁의 막이 내렸다.
인천시 제1금고 선정 결과는 신한은행의 ‘수성’이었다. 6번째 탈환이다.
제1금고를 놓고 경쟁한 하나은행은 인천에 ‘올인’을 하고도 탈환에 실패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선정으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 14조4527억원 규모의 제1금고를 다시 맡게 됐다.
제2금고에 선정된 농협은행은 2조199억원 규모의 기타특별회계를 관리한다.
이번 시금고 경쟁은 20년 간 인천시 제1금고 운영 경험을 가진 신한은행과 인천 청라국제도시를 기반으로 재도전에 나선 하나은행의 대결이었다.
20년 간 제1금고를 운영해 온 신한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지방세 전자납부와 세입금 수납 시스템을 실제 업무 현장에서 축적해 왔다는 점이다.
인천시의 E-TAX를 비롯한 지방세 전자고지·납부 체계는 시민과 인천시, 금융기관의 수납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인천시민과 직결되는 지방세 전산망이 승부수였나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단순한 자금 보관기관이 아니라 가상계좌 운영과 수납결과 전송, 전자납부 처리 등 세입 행정의 핵심 금융 인프라 역할을 맡는다.
특히 신한은행은 시금고 장기 운영을 하면서 지방세 제도와 전자납부 방식이 변화할 때마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최근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도 새로운 행정기관과 세입 체계 변화에 대응해 왔다.
금고지정심의위원회는 20년 간 쌓아 온 신한은행의 전산시스템 운영을 저버지리지 않았다.
결국 신한은행의 6번째 시금고 수성은 장기간 축적된 운영 경험이라는 측면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까지 6번째 시금고를 손에 넣은 신한은행은 이제 축하할일 보다 앞으로 금융사들의 끊임 없는 경쟁 질주를 대비하고 지금 보다 더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반면 하나은행은 제1금고 탈환을 위해 사실상 ‘인천 올인’ 전략을 펼쳤지만 끝내 신한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번 경쟁에서 하나은행은 단순히 시금고 유치에 나선 것을 넘어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인천 투자와 지역상생 사업, 청라국제도시 본사 이전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다음 4년을 다시 기다리게 됐다.
이번 결과는 하나금융그룹의 ‘인천 승부수’가 시금고 선정이라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500억원 협약부터 청라 본사 이전까지… 하나의 ‘인천 베팅’
하나금융은 올해 인천을 향한 행보를 크게 확대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시와 체결한 3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융지원 협약이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인천시와 2000억원 규모의 인천 유니콘펀드 조성 등을 포함한 대규모 금융지원 및 동반성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약 체결 시점이 시금고 선정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하나금융의 인천 공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9월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등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을 청라 그룹헤드쿼터에 단계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청라 근무 인력을 합치면 인천에 상주하는 금융·IT 인력만 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은 청라 본사 이전에 따른 향후 10년간 직·간접 경제유발효과를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지방소득세와 재산세 등을 포함한 세수 확대 효과도 연간 230억원 이상으로 예상했다.
말 그대로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인천을 새로운 금융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지역 투자와 거점 이전 전략에도 불구하고 제1금고 운영권 탈환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나의 인천 승부수는 끝난 것인가”
하나은행의 이번 시금고 탈환 실패는 단순한 ‘금고 경쟁 패배’로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청라 본사 이전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시금고를 맡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인천은 앞으로 하나금융의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시금고 선정 결과가 하나금융의 인천 전략 자체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가 중요하다. 시금고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하나금융이 3500억원 규모의 지역상생·금융지원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인지, 청라 본사 이전과 지역사회 투자 전략을 계속 확대할 것인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됐다.
특히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대규모 지원 사업이 금고 선정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차기 금고설’도 나돌아… 하나의 ‘인천 올인’ 행보가 만든 소문일뿐
금융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이른바 ‘이번에는 신한은행, 다음에는 하나은행’이라는 차기 시금고 관련 관측이다.
이번에는 기존 운영자인 신한은행이 제1금고를 지키고 다음 시금고 경쟁에서는 하나은행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신한은행, 하나은행 사이에 이 같은 내용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하거나, 확인된 것은 없다.
이는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시금고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부터 하나은행의 ‘인천 올인’ 행보가 너무나도 적극적이어서 이런 흐름으로 보아 이번 시금고 선정은 하나은행이 될 것이라는 확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흐름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 다음 시금고는 하나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다음에는 하나’라는 이야기가 단순한 금융권의 시장 전망인지, 아니면 실제 협의나 약속에 근거한 것인지는 감증 없는 이야기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인천시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나금융그룹의 인천 본사 이전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인천을 대표하고 앞으로 지역 상생을 계속 이어가는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볼때 향후 계속되는 하나은행의 시금고 도전은 결코 인천시로서는 눈에 밟히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시금고 패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이번 시금고 경쟁은 신한은행의 수성으로 일단락됐지만 하나금융의 인천 승부는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금융은 청라 본사 이전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지역 거점 전략을 이미 진행하고 있고 인천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 사업도 제시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오히려 명확하다. 시금고를 얻지 못한 하나금융이 인천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것인가.
그리고 인천시는 하나금융의 대규모 지역투자를 시금고 선정과 분리해 지속 가능한 지역상생 모델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4년 뒤 다시 시금고 문이 열렸을 때 이번 경쟁의 결과가 어떤 의미로 평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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