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6395억원…2년 만에 2000억원 반등
폐지폐 굿즈·게임 IP 기념메달로 B2C시장 확대
하반기 ‘한국형 예술형 주화’ 시범사업…유럽 공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현금 사용 감소로 전통 화폐 제조사업이 쪼그라든 한국조폐공사가 폐지폐 굿즈와 게임 지식재산권(IP) 기념메달, 예술형 주화 등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을 주로 상대하던 공기업이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20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39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5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4400억원대로 감소했지만 2년 만에 2000억원 가까이 반등했다.
전체 매출에서 전통 화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까지 떨어졌다. 화폐 수요 감소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조폐공사는 사업 재편의 축을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 수출로 잡았다. 특히 문화사업에서는 75년간 축적한 화폐 제조기술과 디자인·보안기술을 굿즈와 기념메달, IP 상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폐 부산물 업사이클링 브랜드 ‘머니메이드(MONEYMADE)’다. 은행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해 폐기되던 파쇄 부산물을 돈볼펜과 돈방석, 돈봉투, 돈키링, 돈달력 등 생활·문화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조폐공사에서 발생하는 파쇄 은행권 부산물은 연간 약 100톤에 달한다. 과거에는 비용을 들여 폐기해야 했지만 이제는 상품을 만드는 소재로 활용된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머니메이드는 버려지는 돈이라는 소재에 부와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더해 자원순환과 문화상품을 결합했다.
국민과 민간기업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개방형 플랫폼 ‘머니랩’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기념품을 일방적으로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함께 상품을 기획하는 구조다. 공사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가격 등을 직접 비교해 구매하는 B2C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게임·콘텐츠 기업과 협업한 기념메달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출시한 ‘디아블로 30주년 기념메달’은 금메달 한 개의 판매가격이 479만5000원에 달했지만 일부 제품이 판매 시작 20분 만에 품절됐다.
공사는 2023년에도 ‘메이플스토리 20주년 기념 금메달’과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기념메달’을 선보여 완판을 기록했다. 화폐와 메달을 제조해온 기술에 게임·문화 IP를 결합하면서 제조기술 자체를 콘텐츠 상품의 경쟁력으로 전환한 셈이다.
다음 목표는 ‘예술형 주화’다. 예술형 주화는 금·은 등 귀금속에 국가의 역사·문화·상징물을 디자인해 투자·수집용으로 판매하는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이다. 미국의 독수리, 캐나다의 단풍잎, 중국의 판다, 호주의 캥거루 주화 등이 대표적이다.
조폐공사는 예술형 주화 시장 규모가 국가별 평균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한국형 예술형 주화 시범사업에 착수하고, 향후 유럽 주요국과의 경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존 기념메달에서 확인한 방탄소년단(BTS) 등 K-팝과 게임 IP의 흥행력을 한국의 역사·문화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장은 “현금 없는 사회는 화폐 제조기업인 조폐공사에 위기였지만, 동시에 사업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면서 “돈을 만드는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돈을 만들던 기술이 활용될 시장은 오히려 문화콘텐츠와 수집품, 글로벌 IP 상품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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