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곳곳 급매물 안내문 붙어있어
상급지 갈아타기·다운사이징 수요
“더 큰 폭의 가격 조정 제한적일 것”
이번 주 송파구 아파트값 -0.12%
“압구정·반포로 넘어가고자 하는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팔아 달라고 합니다. 거긴 5억원이 빠졌는데 여긴 아직 2억원 정도니까 더 내려도 괜찮다는 거죠.”
[헤럴드경제=윤승현·신혜원 기자] 8·3 세제개편안 이후 강남·서초에서 시작된 서울 고가 주택 가격 조정이 송파 잠실 일대로 번지며 집주인과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상급지로 갈아타거나 세 부담을 피해 집 규모를 줄이려는 집주인은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석 이후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곳곳에서 ‘급매물’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방문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최저가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거래가 안 되니 5000만원에서 1억원씩 낮춰 나온다”며 “84㎡(이하 전용면적) 35억원 하던 게 34억원 급매로 나왔다”고 전했다. A대표도 “몇 달 전 한강라인 국민평형(84㎡)이 최고가 36억9500만원에 나갔는데, 현재 비슷한 매물이 35억원까지 나오고 있다”며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35~36억원 하던 물건이 급매로 33억5000만원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잠실 일대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으며 매수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데는 8·3 세제개편안에 따른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부담 가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및 주택 가액기준별 종합부동산세율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신설 및 거주 요건 강화 등 개편안 내용이 확정되면서,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나 1주택 상급지 이동 수요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실동 트리지움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시세차익이 압구정처럼 크지 않아 급매 매물이 급격히 쏟아지진 않았지만, 관망세라 꾸준히 쌓이고 있다”며 “이 단지에는 20~30개 정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최저가 물건 위주로 하나둘씩 빠지다 보니 송파구 전체 아파트값도 약간 떨어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며 송파구 일대 매물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대비 수억원 낮춘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18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6367건으로, 2개월 전인 7월 18일(5006건)보다 27.1% 늘었다. 지난 2월 37억원에 신고가를 찍었던 잠실엘스 아파트 84㎡는 이달 12일 33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는 특히 ‘다운사이징’을 통해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이 많다는 설명이다. B대표는 “세금으로 고민하는 고령 집주인들에게는 절세를 위해 처분하는 게 낫다고 조언해 줬다”며 “10억원 낮춘 지역으로 옮기고 차액은 자녀를 위해 쓰겠다는 손님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잠실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송파구 내 거여동이나 바로 옆 강동구로 이동하려는 고령 매도자가 많다”며 “서울 외곽 지역은 가격이 무섭게 오르던데, 송파구는 금방 다시 오를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 및 세제개편 여파로 인한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석 이후 시장 추이를 더 관망하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B대표는 “매수자들은 ‘추석 지나면 더 떨어지겠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A대표도 “강남3구 입성을 희망할 때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게 잠실”이라며 “2주 전까지 임장 문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기존 집 팔리면 연락하겠다는 대기자만 여럿이고 조용해진 상황”이라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송파구 일대에서 추가적인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제개편안이 확정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이 높아 시장이 주춤할 때, 여유 자금이 있는 매수자들은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더 큰 폭의 가격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송파는 현재 하락폭도 크지 않고 올해 누적으로 볼 땐 5% 이상 상승한 지역”이라며 “가을 이사철 임대차 수요, 매물 부족, 내년도 서울 입주 물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주 아파트값이 0.02% 떨어져 하락전환한 송파구 아파트값 변동률(한국부동산원 통계)은 2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번주는 0.12% 하락해 전주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s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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