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IDI 보험미래포럼’ 개최

“인구·바이오·AI가 보험 판 바꾼다”

MS·홍콩중문의대 등 글로벌 연사 참여

(왼쪽부터)성원명 보험개발원 국제협력팀 부장,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영국 국제장수센터(ILC-UK) 교수, 베니 지(Benny Zee) 홍콩중문대(CUHK) 교수, 제이슨 피오릴로(Jason Fiorillo) 보스턴다이내믹스 CLO, 유재훈 보험개발원 원장, 도로타 짐노흐(Dorota Zimnoch)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자문역, 김헌수 보험연구원 원장, 이준섭 보험계리사회 회장, 박진호 보험개발원 부원장, 박영진 보험개발원 팀장. [보험개발원 제공]
(왼쪽부터)성원명 보험개발원 국제협력팀 부장,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영국 국제장수센터(ILC-UK) 교수, 베니 지(Benny Zee) 홍콩중문대(CUHK) 교수, 제이슨 피오릴로(Jason Fiorillo) 보스턴다이내믹스 CLO, 유재훈 보험개발원 원장, 도로타 짐노흐(Dorota Zimnoch)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자문역, 김헌수 보험연구원 원장, 이준섭 보험계리사회 회장, 박진호 보험개발원 부원장, 박영진 보험개발원 팀장. [보험개발원 제공]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인구 구조와 바이오 기술, 인공지능(AI)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한국 보험산업이 판 자체가 뒤집히는 ‘특이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고가 난 뒤 보험금을 주는 데 그치지 말고, 보험사가 수십 년간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AI 시대의 기반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인구·바이오·AI가 바꾸는 보험의 미래’를 주제로 ‘2026 KIDI 보험미래포럼’을 열었다. 올해로 6회째인 포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해외 연사들이 참석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성원명 보험개발원 경영관리부문 부장은 보험업계의 특이점을 “기술이 리스크의 성격을 재편하고 보험의 역할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변화를 이끄는 세 가지 축으로는 ▷인구 구조 ▷바이오 기술 ▷AI를 꼽았다.

성 부장이 제시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05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0.1%로 오르고, 일할 나이(15~64세) 인구는 1000만명 넘게 줄어든다. 그는 “신규 고객이 줄어든다면 계약 건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며 “시니어케어, 평생관리 등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은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 자체를 흔든다고 봤다. 유전자·혈액·수면 데이터로 병을 미리 알아내고, 내 몸을 가상으로 복제해 약효를 시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퍼지면 ‘몇 살에 몇 명이 병에 걸린다’는 기존 통계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 맞춤형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부장은 “질환에 걸려야 보험금을 주는 게 아니라 조기 개입과 예방 쪽으로 보험산업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AI 활용이 늘면서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는 줄지만, AI 자체에서 비롯되는 사고에 대비할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와 로봇·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AI가 확산하면 소프트웨어 오류와 해킹, 통신 장애에서 생기는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성 부장은 “가령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라며 사람의 과실뿐 아니라 시스템 결함까지 평가할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틱 AI에 대해서도 “AI에 얼마나 자율권을 주고 언제 개입할 것인가 하는 거버넌스 문제가 있다”며 “인간과 AI의 균형을 맞추는 회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매 채널의 지형도 달라진다고 봤다. 고객 개인의 AI 에이전트가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계약까지 대신 맺는 시대가 오면 설계사와 대리점 같은 전통적 중개 역할은 줄어든다. 성 부장은 브랜드 광고나 영업 조직 규모로 겨루던 보험사들이 앞으로는 “AI의 추천을 받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력 범위도 넓어진다. 금융 플랫폼과 AI 기업, 데이터센터 등과 손잡고 열린 네트워크 생태계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한 회사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성 부장은 과거 통계와 집단 평균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지만, 수십 년간 쌓은 사고·보상 데이터와 인수 경험, 위험평가 모델은 AI 시대에도 강력한 자산이라고 했다. 자동차보험의 주행거리·급가속·급제동 기록이나 재물보험의 기상·건물 노후도 AI로 분석해 보험사의 데이터와 결합하자는 것이다. 그는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보다 새로운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보험 가치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는 보험사의 기회이자 위험…해외에서 AI 위험 보장 상품 출시되기도” = 박영진 보험개발원 신성장지원팀장은 AI를 보험사의 ‘기회’이자 ‘위험’으로 봤다. AI 오작동이나 딥페이크 사기처럼 AI가 일으키는 사고는 보험사가 새로 보장할 수 있는 시장이다. 박 팀장은 “해외에서는 AI 성능 저하로 생긴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 AI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소득을 일부 보전하는 보험 등이 나왔다”며 “국내에서도 삼성화재가 올해 5월 제조사 과실과 해킹 피해까지 보장하는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보험사가 AI를 잘못 쓰면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다. 미국 보험사 스테이트팜은 AI 보험금 심사가 특정 인종에 불리하다는 소송을 당했지만 AI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시그나는 두 달 동안 30만건 넘는 청구를 건당 평균 1.2초 만에 무더기로 거절해 사람이 아닌 AI가 결정했다는 의혹을 샀다. 박 팀장은 이런 사례를 들어 ▷AI 판단 근거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최종 검토하며 ▷고객 정보를 어디에 쓰는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 수준이나 도입 속도보다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역량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베니 지 홍콩중문의대 교수는 망막 사진 한 장으로 뇌졸중·치매·당뇨 등의 위험을 몇 분 만에 추정하는 AI 기술을 소개했다. 질의응답에서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이 이 기술로 범죄와의 연관성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지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분류에는 쓸 수 있지만 “법정 증거로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유재훈 보험개발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미래의 보험산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고, 관리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