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청 곳곳 노숙인 빈자리 독차지 위화감 조성 출입제한 등 제재방안 없어 지난 15일 4살 아이와 서울시 시민청을 들린 주부 임주연(35ㆍ여) 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쉴 공간은 모두 노숙인이 차지했다. 앉을만한 자리에는 정체 모를 가방과 이불이 가득했다. 다가가니 담배 냄새가 났다. 한바퀴를 도는 동안 곳곳에서 노숙인을 마주했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임 씨는 “시민청이 아닌 노숙인청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며 “노숙인도 시민이지만 해도 너무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민청이 개관한지 3년이 지나면서 점차 노숙인의 ‘안방’이 돼가고 있다. 서울시로선 노숙을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어 문제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민청은 중구 세종대로 신청사 지하 1ㆍ2층에 자리하고 있다. 시민발언대와 공정무역 카페, 간이서점 등이 발길을 잡는다. 공연과 전시 등이 수시로 열려 시민과 호흡한다. 박원순 시장이 개관 당시 “시민들을 위한 서울 대표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문제는 시민청 인기가 높아지면서 노숙인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환경 때문이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노숙인의 방문이 더욱 는다.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과 서울시의회 지하도에 있던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시민청으로 ‘대이동’을 한다. 서울역과 멀리 영등포역에서까지 건너 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 오후 시민청을 가보니 추위를 피해 웅크린 노숙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맨발로 누워있는 것은 예사였다. 몇몇은 삼삼오오 모여 큰 소리로 떠들었다.
평소 용산역과 영등포역을 전전한다는 노숙인 A(60) 씨는 “날이 추워지면 수시로 시민청을 찾는다”며 “직원들이 있어 소지품을 잃을 걱정도 없고, 전력 콘센트 등 편의시설도 많다”고 했다.
실제 전력 콘센트가 있는 공간은 노숙인의 집결지였다.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를 마음껏 충전했다. 대학원생 이정근(26) 씨는 “화장실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노숙인도 있다”며 “공연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노숙인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커피를 든 직장인 무리는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자리를 떴다. 직장인 김진주(31ㆍ여) 씨는 “우리 세금으로 만든 시민청이 노숙인 쉼터로 전락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며 “일반 시민들이 떠나가고 노숙인들만 남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로선 노숙인도 시민으로 내쫒을 수없어 ‘벙어리냉가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청은 모든 시민에게 개방하는 공공시설”이라며 “노숙인에 무조건적인 출입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시는 매일 오후 2시30분부터 1~2시간 동안 시민청 청소시간에 맞춰 노숙인을 이동시키고 있다. 이른바 ‘클리닝 타임’으로, 직원 5~6명을 투입한다. 청결 등의 문제 있는 노숙인은 보는 즉시 퇴거를 권고한다. 전기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해 이벤트홀 등 일부 공간에는 전력 차단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출입제한과 같은 제재 수단이 없어 한시적인 대응이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 보다 엄격한 잣대로 노숙인을 대할 것”이라며 “일부 공간에 노숙 방지용 칸막이 의자 등의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시설에 노숙인이 몰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의 다수 지하철역 일대는 사계절 내내 노숙인이 상주해 ‘노숙인의 호텔’로도 불린다. 특히 로스엔젤레스는 2015년 공공시설로 몰려드는 노숙인을 감당할 수 없어 정부 비상사태도 선포한 바 있다.
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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