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청와대에서 직접 승마협회 문제점을 살피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정유라 씨의 국가대표 승마선수로서 장래에 대한 특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은 이날 승마협회 감사와 정 씨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최순실(61) 씨와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노 전 국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의 뇌물혐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 2013년 4월 청와대 지시로 승마협회 감사에 나섰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노 전 국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정 씨는 지난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이후 노 전 국장은 체육계 비리를 살펴보라는 청와대 지시를 받고 그해 7월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이 최 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소개했고, 박 전 전무는 승마협회 임원 7명을 ‘문제 있는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노 전 국장은 “승마협회 관련해 공식적 직함이 전혀 없는 박원오 씨가 임원에 대해 구체적 지시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 특정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승마계에는 박원오가 정유라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일부 승마계 관계자들이 정유라 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졌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최 씨는 “박원오 씨에게 유연이(정유라) 조력을 부탁한 적이 없고 편의를 제공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최 씨는 재판 말미 발언권을 얻어 “우리나라 최고 승마 코치가 유연이 실력을 인정해서 5살 때부터 말을 탔다”고 외쳤다. 그는 “특검이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며 “저를 바로 구속시키면서 고영태 조사를 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8월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후 문체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좌천됐을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인사조치를 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줬다”며 “아프리카로 출장 간 유 전 장관에게 모 전 수석이 ‘대통령께서 다그치신다’며 계속 전화를 해 인사조치 할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노 전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수첩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인사 조치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당시로서는 이 보고서 밖에는 다른 이유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부처 공무원을 특정해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을 제 공무생활에서 본 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