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자 96% “부정적 감정 억눌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유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 10명 중 6명은 고객의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중 거의 대부분은 억울한 상황에도 감정을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백화점ㆍ마트 종사자, 전화상담원, 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국회의장에게 감정노동자보호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며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을 말한다. ‘면 대 면’ 혹은 ‘목소리 대 목소리’의 형태로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서비스산업에서 주로 요구되는 노동형태다. 감정노동자의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감정노동자는 약 560~740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1~41%를 차지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인권위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로 2015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백화점ㆍ할인점ㆍ면세점 종사자 34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감정노동자의 61%가 지난 1년 동안 고객으로부터 폭언, 폭행, 성희롱 등‘괴롭힘’을 경험했다.
이들 중 96%는 “의식적으로 고객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86%는 고객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과 실제 표현하는 감정이 다르다고 답했고 83%는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슬픔이나 분노를 삭이는 이유는 불안정한 고용상태 때문이었다. 응답자의 89%는 “회사의 요구대로 감정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
여성의 경우 60%가 ▷감정표출의 노력 및 다양성 ▷고객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감정부조화 및 손상 등 정신 건강의 전체 영역에서 위험수위에 달했다. 같은 영역에서 남성은 25~28% 가량이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가 10명 중 2명으로 나타났지만 이를 해소해줄 프로그램이나 교육 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관련 사업장의 96.6%가 감정노동 중 겪는 고통 해소프로그램이 없었다.
따라서 인권위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부·기업의 노력,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감정노동의 특성을 반영한 법과 제도의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감정노동 종사자 인권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률 제정 등 입법적 조치 ▷‘산업안전보건법’ 상 감정노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사용자의 보건조치 의무 등 명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상 제3자에 의해 발생한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 내용 보완 ▷‘감정노동 가이드라인’마련 보급 등을 권고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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