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트럼프발 위기설 재계 강타… “5년간 19조원 손실” 우려 - 산자부 ‘공식 요청 없어’… 자동차 업계 가장 큰 타격 - 한미FTA 종료 보다는 협상 우위 노린 포석 분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4월 위기설’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기존 위기설이 국내 이슈로부터 시작됐다면, 5월 이후 한국 경제 위기는 ‘미국 트럼프발(發) 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상황이어서, 한미FTA 재협상은 필연적 성격이 짙다. 재계는 ‘위기설’을 넘어 실제 위기에 진입한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 한반도 안보위기와 사드 배치 비용 논란,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의제와 경제 위기 상황이 맞물리며 재계는 한치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중이다.
▶한미FTA 재협상… 5년간 19조 손실= 1일 재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FTA가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와 철강, 기계 석유화학, 섬유, 정보통신기술(ICT), 가전 등 7개 업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업종 대부분은 대미 수출을 통한 무역 흑자가 컸던 상황인데, 한미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누려왔던 무역 이득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피해액을 170억달러(한화 약 19조4000억원 가량)로 추산했다. 한경연은 자동차와 철강, 기계 부문의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예측했고, 그 중에서도 자동차 업종이 101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초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대미 수출 손실액이 향후 4년 동안 13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대미 수출액(665억 달러) 가운데 최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자동차(155억 달러)였다. 석유제품(24억 달러)과 휴대전화(65억 달러)가 그 다음이었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미국 무역적자 급증산업에 대한 관세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미 FTA를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정부에 자동차, 기계, 가전 등 미국 현지직접투자를 확대하는 한국의 다국적기업이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동일한 수준으로 해 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한미FTA에 재협상에 대한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만 밝히고 있다.
▶‘아메리칸 퍼스트’… 종합선물세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9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법인세 인하와 20여개에 이르는 모든 FTA에 대한 재협상 방안이 담겨있다. 법인세를 낮춰 미국 제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불공정한 FTA 협상을 정상화해 ‘아메리칸 퍼스트’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히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부 장관)이 협상한 아주 나쁜 합의(bad deal)”였다고 말했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선 ‘끔찍한(horrible)’이란 단어를 쓰며 한미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전후해 내놓은 방안들이 하나의 큰 틀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폭에 상응할만큼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도록 경제를 부흥시키려면, 불공정한 FTA에 대해선 미국에 유리하도록 재협상을 하거나 협상을 파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종료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이다. 재협상이 시작될 경우 상대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산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자국 제품 소비가 늘어 기업은 생산량이 늘수 있다”면서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고 미국의 내수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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