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엔 ‘대리점 갑질’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진짜 타깃은 대리점을 통해 중소상권을 침범하고 있는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전 산업 업종의 4800여개 본사와 70만개 대리점, 그리고 대리점 단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유제품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필연적으로 대기업 계열 대리점 본사에도 강도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면적인 대기업 개혁에 나서기 위해선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그걸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며 “가맹, 유통, 대리점 등 중소시장에 침범한 대기업들이 공정위의 줄잇는 조사 칼날을 피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경우 휴대전화 중소판매 대리점의 점유율은 35% 가량에 불과하다는게 관련업계 대리점단체의 주장이다. 나머지 65%는 대기업 계열이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공정위가 연이어 가맹ㆍ유통ㆍ대리점 분야의 개혁 의지를 밝힌 것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로 동원되는 일감 몰아주기가 주로 이뤄지는 영역이 중소기업들이나, 영세사업자들이 밀집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 골목상권, 대형마트, 물류, 또는 건물관리, 또는 전산관리 이런 쪽이 사실은 중소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이 해야 할 영역인데, 여기에 총수일가가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가 들어가 버리면 그 생태계가 황폐진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인사는 “공정위가 순환출자나 금산분리 같은 큰 이슈는 시간을 두고 속도 조절 하는 대신, 대기업의 중소상권 침범 문제를 강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도덕적 책임감이나 갑을관계 리스크가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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