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현금 등 금품 받지 않았다 판단…1500만원 받은 건 ‘빌린 돈’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사업가인 고등학교 동창을 ‘스폰서’로 두고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형준(47)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 받았다. 구치소에 수감돼있던 김 전 부장검사는 판결 선고 직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2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998만 원 어치의 향응을 뇌물로 보고 추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김 전 부장검사가 김 씨로부터 금품을 일절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김 씨로부터 서울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2400만 원 상당 술접대를 받고 3400만 원 상당 현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가운데 1500만 원 상당 현금과 1270만 원 어치 술접대를 뇌물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1500만 원도 뇌물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 ‘빌린 돈’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이 달라진 건 재판부가 “돈을 돌려받을 생각 없이 줬다”는 김 씨의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며 신빙성이 낮다고 결론내렸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봤을 때 김 전 부장검사가 돈을 빌렸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돈을 빌리면서 김 씨에게 ‘어제 이야기한 대로 내게 빌려주는 것으로 하고 월요일 보내주어. 도와주라 친구 나중에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을테니’라며 메시지를 보냈고, 김 씨는 ‘이자는 필요없다 친구야’라고 답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김 전 부장검사에게 ‘내가 빌려준 돈도 못받으니 XX구나. 변제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일부 향응은 항소심에서도 뇌물로 인정됐다. 김 전 부장검사가 수감 중이던 김 씨를 검사실로 불러 배달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고 향후 형사사건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술접대 가운데 실제 결제된 것으로 확인된 998만원만 추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종합해 김 전 부장검사에게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장검사가 이 사건으로 10개월 가까이 구금돼있던 사정을 고려해 실형에 처하는 건 가당치 않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친구관계를 유지해왔고 제공받은 향응에는 사적 친분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