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본부장, 양자협의 요청 보상 협의 불발땐 미국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도 추진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하자 우리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우리나라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한 사안이지만 공교롭게 미국의 외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결정과 맞물려 양국 간에 ‘맞불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정부와 업계는 23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미국 세이프가드 관련 대책회외를 열고 업계 영향과 피해 보상 조치 요구 등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회의에서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면서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하겠으며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동시에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할 예정이며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산업부는 22일(현지시간) 제네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WTO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의 양허정지 승인 요청은 미국이 합리적 이행 기간 내에 WTO 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의 한국 수출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모두 7억1100만 달러(76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산정했다.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9.29%(상계관세 1.85%는 별도),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WTO는 미국이 덤핑마진을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판단했다. 제로잉은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 미국은 제로잉 방식에 제동이 걸리자 한국산 세탁기를 첫 사례로 삼아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관세를 매겼지만 역시 패소했다.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는 “세탁기는 이미 정치 이슈가 되어 있어 미 행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면서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은 WTO 제소뿐”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미 세이프가드가 다른 품목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며 “제품 경쟁력의 열세를 통상규범으로 만회하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세탁기 분쟁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세이프가드 발동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왔던 보호무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번 세이프가드 내용은 국내 기업에 피해가 크고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WTO제소를 서둘러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외부총장은 이어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정부는 단순히 세탁기나 태양광 수출업체에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파급영향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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