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TAPAS=윤현종 기자] 전ㆍ월세로 사는 세입자에게 집주인 전화는 언제나 부담이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찜찜한 기분은 현실이 된다.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바로 경매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다 못 갚을 때, 채권자(돈 빌려준 이)가 취하는 행동 중 하나다. 갭투자(전세 끼고 산) 집도 마찬가지다. 매매 대비 전세가율 80%이상인 곳 위주로 주택가격-전세 하락세가 맞물리면 사실상 ‘답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이 계약 끝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보다 모자란다면, 집값이 내려가면서 매매 시기도 놓쳤다면… 세입자는 걱정한다. 집주인이 빚을졌나? 얼마나 졌길래. 걱정은 두려움이 된다. 집에서 쫒겨나는건가? 그보다..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 힘들겠지만, ‘침착해야’ 살 수 있다. 똑똑한 세입자는 길에 나앉지 않는다. 보증금도 안 떼일 수 있다. TAPAS팀은 지난 6일 법원경매 전문기관 지지옥션의 이창동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최대한 쉽게 소개한다.
1. 당황은 금물 “절대 당황하지 말란 말을 먼저 하고 싶어요” 이 연구원의 첫마디다. ‘경매’란 단어가 주는 공포감. 세입자들이 그 압박때문에 판단력을 흐리면 안 된단 의미다.
☞ 가장 먼저 전세 계약 후 받은 확정일자ㆍ전입신고 여부 재확인. 임차인(세입자) 권리 행사를 위한 제일 확실한 법적 근거다.
☞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를 다시 떼본다. 집주인이 빚을 낸 날짜(근저당 일자)가 보일 것이다. 그 날짜보다 내 확정일자가 하루라도 빠르면, 일단 안심이다. 집이 어떤 형태로든 처분될 때 집주인에게 돈 빌려준 이보다 내 권리가 우선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점유 여부도 봐야한다. 간단하다. 내가 계약한 전셋집에 살고 있으면 된다.
위 조건을 다 갖추면 세입자는 대항력을 갖는다. 경매 업계에선 ‘쌍권총을 쥐었다’고 말한다. 이 연구원은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응 방법은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 “계약 연장” 세입자 보통 2년인 전세기간. 2년 더 살고 싶은데 집이 경매상태다? “일단은 계속 살면 됩니다”라고 이 연구원은 조언한다. 계약 조건 바꿀 게 없다면 집주인에 연락할 필요도 없다. 자동 연장이다.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하기 때문. 채권자보다 내 권리가 먼저라면 보증금도 떼일 염려 없다. 내가 살고 있는 기간 중에 경매가 성사돼 집주인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3. “계약 연장 안 하는” 세입자 우선 배당 요구부터 해야 한다. 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권리신고’다. 살던 집이 제3자에 낙찰돼 주인이 바뀌든, 경매가 실패로 끝나든 일단 신청하는 게 좋다. 해당 지역 경매법원을 찾자.
☞ 경매로 제3자 낙찰, 내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보증금 100% 돌려받는다. 세입자가 자기 권리대로 배당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요구한 배당액 만큼 돈이 안 나올 수 있다. 그 땐 집을 낙찰한 새 집주인이 모자란 보증금을 보전해줘야 한다. 법이 그렇다.
☞ 경매가 실패했다면 간단히 말해, 경매에 나왔지만 ‘입질’이 없는 경우다. 물론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는 그대로다. 다만 돈 받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존 집주인이 보증금 주는 건 어렵고, 새 주인도 안 나타난 상황이라서다. 그런데, 이사를 가야 한다면… 이 때도 방법이 있다. 법무법인 고우의 고윤기 변호사 등에게 단계별 자문을 구했다.
# 내용증명 우편발송기존 집주인에 보증금 돌려달라는 청구를 한다. 이 때 반드시 우체국서 ‘내용증명우편’을 이용해야 한다.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내용증명 발송 단계 중 내 전세계약이 끝났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자격을 갖춘다. 이사 가더라도 전세 살던 집 등기부등본에 내 권리를 유지하는 수단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세입자의 대항력을 유지하고, 보증금 받을 조건을 만들어 놓는 셈이다. 집주인 동의는 필요없다. 집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하면 된다. 약 2주일이면 주인집 등기부에 내 권리가 기재된다. 비용은 등록세와 교육세 3600원, 인지대와 증지대 각 2000원과 송달료 6회분이다.
# 집주인 재산 가압류 신청집주인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재산 빼돌리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소송에서 이겨도 집행이 불가능하면 승소 판결문은 소용 없어진다.
#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또는 지급명령 신청 가압류 신청 후엔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는 보증금 액수가 3000만 원을 넘더라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 절차도 간략하다. 집주인이 보증금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면, 절차는 더 간단해진다. 소송 대신 지급명령신청을 한다. 비용이 더 싸고 시간도 2~3주면 된다. 이 신청의 효력은 소송 확정판결과 같다. 고 변호사는 “지급명령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신청서만을 검토해 바로 지급명령을 한다”고 말했다.
4. 경매로 나왔을 때, ‘제3의 방법’도 혹시라도 이런 경우. 있을 수 있다. 세입자가 계약 연장 대신 ‘이 집 사버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경매로 나온 케이스다. 그 땐 세입자의 경매 참여도 가능하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한다. 물론 미리 배당을 신청하는 건 필수다. 그리고 내 보증금만큼의 돈으로 응찰(경매 들어감)한다. 만약 보증금 2억 3000만원이라면 낙찰가를 그 금액으로 정하는 식이다. 낙찰 받았다면 내가 미리 요청해 받게 될 배당액과 낙찰가를 ‘퉁치면’ 된다. 상계신청이다. 다른 이가 낙찰 받아도 괜찮다. 배당을 요구했기에, 보증금 반환은 가능하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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