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23일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최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북측에서 정상회담 전 핵실험 중단 등을 선언하자 남측에서 이에 상응하는 제스처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2018 남북 정상회담 계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관련 발표문’을 통해 “국방부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남북간 상호 비방과 선전 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후 전면 중단됐고, 2004년 6월 4일 합의에 따라 선전수단(확성기 등)의 철거가 합의됐다.
북한의 DMZ 지뢰도발 대응 차원에서 2015년 8월 10일 방송이 재개됐으나 보름 후 8.25 합의에 따라 다시 중단됐고, 2016년 1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재개돼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그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남한 사회 문화를 소개하는 등 대북 심리전의 한 수단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탈북 군인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다수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강력 반발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군인들에게 잘 들리지 않도록 체제 선전 확성기 방송을 크게 틀어 맞불을 놓는 형식으로 대응해왔다.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제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3대 의제에 속한다.
남북 정상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면 후속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1일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점검회의를 가졌다.
청와대는 핵실험 중단 등을 결정한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파격적인 제안을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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