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000여명, ‘재판 거래 의혹’ 규탄 시국선언 -‘뒷조사 의혹’ 처음 제기한 이탄희 판사 아내 발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판사를 사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이제 깨달았습니다.”

오지원(41) 변호사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시도를 규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관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탄희 판사의 아내다. 이 판사는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발령난 뒤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와해시키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고, 이를 거부하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11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시도’ 등을 규탄하면서 시국선언에 나선 변호사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11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시도’ 등을 규탄하면서 시국선언에 나선 변호사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이날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 모임’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오 변호사도 발언자로 나서 의견을 밝혔다.

오 변호사는 “남편과 저희 가족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그 근원은 배신감이었다”며 “그런데 재판 당사자가 있는 사건에서 ‘BH 협조’ 운운하는 문건이 나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오 변호사는 “이미 재판을 협상도구로 생각한 문건이 드러났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했다”며 “대법원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기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별 조사단 스스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 판단한 만큼 직권남용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은 다르더라도 당연히 관련자들을 고발해야 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변호사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마련해 ‘재판거래 의혹’ 사건 당사자들의 재심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문에는 변호사 2015명이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 단체가 재판 거래 의혹을 규탄한 논평을 낸 적은 있지만, 단체로 시국선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변호사들은 특별조사단의 조사대상이었던 문건 410여 건을 전부 공개하고, 재판 거래 의혹의 책임자를 밝혀내 형사처벌 혹은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조사단은 지난 5일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된 410여 건 문건 가운데 98건의 원문을 공개했지만, 각계에서는 문건을 전부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시국선언을 낭독한 뒤 대법원까지 “즉각 수사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면서 가두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