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일자리 악화에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선진국’ 문턱인 국민소득 3만달러에 대한 체감도도 낮다.
27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은 지난해 2만9745달러에서 올해 3만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기재부는 올해 3만2000달러로 전망했으나,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지면서 3만1000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집계를 보면 3분기까지 우리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 성장세를 보였다. 기재부의 수정 경제 전망치인 2.9%나 한은의 수정 전망치 2.7%를 달성하기 위해선 4분기에 2.8% 안팎 성장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2.5%로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이 1%대 중후반을 기록할 경우, 원/달러 환율과 대외거래 등에 따른 소득의 증감 등 다른 변수들이 동일하다면 1인당 소득은 3만1000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인구가 5000만명을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10여개 국가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이 지표상 선진국의 문턱을 일단 넘은 것으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하지만 3만달러의 빛이 바래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경제위기 당시 수준으로 악화된 데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우려까지 고조되면서 경제심리가 악화돼 3만달러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0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2000명 증가하면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이러한 실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돈 이후 최장 기록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라 9월 기준으로 2005년 9월(3.6%)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4%였고,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7%로 통계 집계 이후 동월기준 최고치였다.
또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올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32만5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고, 하위 20∼40%인 2분위 가계 소득은 280만200원으로 1년전보다 2.1% 감소했다.
반면에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13만4900원으로 10.3%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차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20∼40%인 4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4.9% 늘어 2014년 1분기(5.0%)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하위 가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분배 상황은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었다. 올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로 1년 전(4.73배)보다 0.50 상승했다. 2008년 2분기 5.24배 이후 최악의 수치다.
경제활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소득의 절대 규모도 영향을 미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소득 수준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 노력에도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경제적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이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자영업 위기와 임시ㆍ일용직 축소를 비롯한 고용 위기 등 부작용이 더 많았다. 경제 선순환이 정착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고통과 시간이 필요하다. 과연 내년에 소득주도성장의 결실이 맺어져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의 체감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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